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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칠 것” 中 군함 도발 때린 美…“대화 희망적” 여지도 남겨

중앙일보

입력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5일(현지시간)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공격성’으로 설명하며 강하게 경고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최근 대만해협에서 있었던 중국 군함의 미 구축함 위협 운항과 남중국해 상공에서 벌어진 중국 전투기의 미군 정찰기 근접 비행 등 충돌 우려 상황에 대해 “우리가 대처하고 있고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는 중국의 공격성 증가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래지 않아 누군가 다칠 것”이라며 “공중에 있든 바다에 있든 그만한 크기의 금속 물체가 서로 가까이 기동하면 판단 오류나 실수로 인해 누군가 다칠 수 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축함 정훈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구축함이 137m 거리 앞까지 근접하며 가로질러 운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축함 정훈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구축함이 137m 거리 앞까지 근접하며 가로질러 운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지난 3일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7함대 소속 구축함 정훈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구축함이 100야드(약 137m) 거리까지 근접하며 가로지르는 바람에 정훈함이 충돌을 피하려고 속도를 줄이는 일이 있었다. 지난달 26일에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군 J-16 전투기가 미군 RC-135 정찰기 기수 앞으로 위협 비행을 하기도 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런 일이 우리 예상보다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국제 공역과 해역에서 운항하고 있고 두 사건 모두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그렇게 공격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커비 조정관은 그러면서도 미ㆍ중 간 고위급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안정적 상황 관리’의 뉘앙스도 짙게 풍기는 메시지를 냈다. 지난 4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세라 베란 미 NSC 중국ㆍ대만 담당 선임국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재추진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커비 조정관은 “두 관리가 베이징에 들어간 건 좋은 징조”라며 “추가적인 소통 라인을 여는 측면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특히 “이번 베이징 방문을 성사시킬 수 있어서 기쁘다”며 “우리는 희망을 갖고 있고 그들이 (중국 방문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정찰풍선 격추 사건 이후 끊긴 고위급 대화 채널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말로 해석됐다. 그는 브리핑에서 ‘톈안먼 시위 34주년(4일)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등의 방중이 적절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의 중국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AP=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의 중국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AP=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이날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세라 베란 선임국장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가 동석한 가운데 5일 베이징에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만났고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司) 사장(국장)과도 회담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양측은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최근 양국 간 고위급 외교를 구축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가졌다. 양국 관계, 양안 문제, 소통 채널 및 기타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역시 “양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중ㆍ미 관계 개선을 추동하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ㆍ통제하는 문제를 놓고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성과 풍부한 소통을 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은 대만 등 중대한 원칙의 문제에 대해 엄정한 입장을 천명했다”며 “양측은 계속 소통을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미ㆍ중 간에는 대화 모멘텀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 외교안보정책을 각각 총괄하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지난달 10~11일 오스트리아 빈 회동 후 양국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아주 조만간 (미ㆍ중 관계가) 해빙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설리번 보좌관이 지난 4일 “미국은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분리)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을 추구한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됐다.

하지만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관심을 모았던 미ㆍ중 국방장관 회담이 끝내 불발되면서 대화 동력이 떨어지는 듯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 외교 당국자들이 베이징에서 만나 ‘상황 관리’에 나선 모양새여서 고위급 대화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 국무부 베단트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신냉전도 추구하지 않으며 경쟁이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가 미국과 중국에 기대하는 것은 책임감 있게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며 우리는 계속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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