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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바이든 또 '꽈당'…지지자조차 "멍한 시선, 생각의 끈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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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장 연단에서 넘어진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경호요원과 공군 관계자 등이 부축해 일으키고 있다. 사진 미국 방송 화면 캡처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장 연단에서 넘어진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경호요원과 공군 관계자 등이 부축해 일으키고 있다. 사진 미국 방송 화면 캡처

미국의 최고령 대통령 조 바이든이 최근 한 행사장에서 ‘꽈당’ 넘어진 사고의 여파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장 연단에서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의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또 하나의 ‘밈(meme)’으로 확산 중이다. 1942년 11월 20일생으로 올해 81세(미국식 나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또한 새삼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나이는 민주당을 포함한 미국인들에게 최우선 관심사”라고 전제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재선으로) 86세까지 백악관에 있게 해 달라는 차기 대선 캠페인을 최근 시작했는데, 당 지도부에 엄청난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는 (고령) 문제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의 최근 포커스그룹 인터뷰에서는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을 지지했던 유권자 사이에서도 “그가 대중 연설을 할 때 멍한 시선만 보였다” “그는 생각의 끈을 잃은 것 같다” 등 얘기가 나왔다. NYT는 “바이든은 경직된 걸음걸이와 가늘어진 목소리 때문에 말을 더듬고 예전보다 더 늙어 보인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업무 일정을 분석한 결과도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를 드러냈다. NYT 조사에 따르면, 오후 6시 이후 공개 행사 빈도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17%에 달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절반 수준인 9%에 그쳤다. 언론 인터뷰 노출 횟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년 재임) 이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1953년~1961년 재임)을 뺀 모든 대통령들이 NYT와 인터뷰를 했지만 바이든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3월 19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다 넘어지며 비틀거리는 모습.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3월 19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다 넘어지며 비틀거리는 모습.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몇 차례 넘어지거나 말을 얼버무린 일로 건강 우려를 자아내곤 했다. 2021년 3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지난해 6월엔 자전거를 타다 페달 클립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지난 4월 어린이 기자단 행사에선 ‘최근 방문국이 어디냐’는 물음에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어디였더라”라고 해 순간 어색한 상황이 벌어졌다.

반면에 건강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장면도 없지 않았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극비 방문했을 때 비행기로 폴란드로 이동한 뒤 폴란드에서 9시간 기차를 타고 수도 키이우에 도착해 5시간 남짓의 일정을 소화했다가 역순으로 되돌아오는 등 놀라운 체력을 과시한 바 있다.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저 계단을 내려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야기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저 계단을 내려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야기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일주일에 5일 운동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 일정 관리도 규칙적이라고 한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하루는 대략 ▶오전 7시경 기상 ▶오전 8시 운동 ▶9시 집무실 도착 ▶오전 회의 등 참여 ▶샐러드ㆍ수프ㆍ샌드위치를 번갈아가며 먹는 점심 ▶오후 일정 소화 ▶오후 6시 45분쯤 사저 복귀 ▶8시경 브리핑 문서 읽기 ▶11시경 취침으로 이뤄진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정치고문인 테드 코프먼 전 상원의원은 “그와 일하면서 나이가 문제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그의 나이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언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그라임스의 한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대회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그라임스의 한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대회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잠재적 최대 경쟁 상대인 트럼프(77) 전 대통령도 ‘고령’ 문제가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1946년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임기 말에는 미국식 나이로 82세가 된다. NYT는 “트럼프 몸무게는 공식적으로 244파운드(약 110㎏)로 비만 수준”이라며 “가장 두드러진 건 트럼프의 인지능력이다. 그는 변덕스러웠고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답변이 바이든은 73%가 나온 반면 트럼프는 51%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실상 독주 양상인 공화당 내 대선 경선 싸움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6일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이어 하루 뒤인 7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각각 대선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후보군 난립 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을 굳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반(反)트럼프 연대’가 구축돼 얼마나 세를 확장하느냐에 따라 경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5일 저녁 CNN 타운홀 생방송에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전 세계 자유를 보호하고 폭정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겨냥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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