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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친명 강경파 혁신위원장, 사퇴 마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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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사진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임명 이래경 “자폭 천안함 조작, 코로나 진원지 미국”

논란 일고 당내 비판에 사의…납득지 못할 인사 반복 말아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5일 오전 임명됐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임명 아홉 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이 그를 임명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기에 그의 사퇴는 마땅하다. 무엇보다 그의 평소 인식이 국민 상식과 동떨어져 있었다. 이 이사장은 SNS에서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 패권 세력들”이라며 천안함 사건 조작설을 제기했다. ‘코로나19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폈다.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사건이 터지자 “지난 한국 대선에도 미 정보 조직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며 대선 음모론까지 내놨다. 이런 인사에게 국회 다수당의 혁신을 맡기려 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반성해야 한다.

이 이사장이 특정 진영에 경도된 강경론자인 점도 ‘혁신’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윤가’라고 표현하며 퇴진을 요구해 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비판하며 “국가 수반으로서 역사적·범죄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의 위기는 진영 논리에 함몰돼 당 전체가 집단최면에 걸린 듯 균형감을 상실한 게 원인이다. 민주당이 과도한 ‘팬덤 정치’의 부작용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토록 편향된 강성 인사를 내세워 도대체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었나.

이 이사장이 이재명 대표를 옹호해 왔던 점도 큰 문제였다. 그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를 제안했다. 이 대표의 신년 회견 때는 “보면 볼수록 든든하고 박식하다”고 찬양했다. 당초 비명계 의원들이 당 혁신위를 꾸려 전권을 주자고 요구하자 친명계는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 수장을 대표적인 친명 인사로 돌려막으려던 꼴이다. 당 혁신위는 당헌·당규 개정이나 총선 공천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인선은 당내 분란만 증폭시켰을 것이다.

민주당은 대선 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대선·지방선거 등 최근 세 차례 주요 선거에서 연패했다. 이 대표의 사법 다툼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으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상태다. 진영을 초월해 국민적 신망이 있는 인물을 찾아 성역 없는 혁신을 주도하게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도 이런 부적격 인사를 내세우자 당장 당내에서조차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홍영표 의원)라는 철회 요구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이번처럼 부적절한 인선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 변화할 의지가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사로부터 제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