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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야당의 몰상식, 수준 드러낸 수석대변인의 ‘낯짝’ 막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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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미국 방문 및 국민의힘 윤리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미국 방문 및 국민의힘 윤리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칠승 “부하들 다 죽이고 무슨 낯짝” 전 천안함장 비난

발언 내용·시점·표현·태도에 모두 문제…여당 “사퇴하라”

“부하들을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라고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공격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막말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최 전 함장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대변인직 사퇴와 중징계를 요구했다. 막말의 계기는 천안함 자폭설을 주장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지난 5일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일이었다. 최 전 함장이 임명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며 민주당을 비판하자 권 수석대변인은 “어이가 없다.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논란의 ‘낯짝’ 막말을 했다.

권 대변인의 발언은 팩트부터가 틀리다. 어뢰 공격으로 46명의 장병을 죽인 건 북한이지 최 전 함장이 아니다. 민군합동조사단뿐 아니라 5개국 국제합동조사단이 확인한 내용이다. ‘함장이 배에서 내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에도 문제가 있다. 피격 당시 최 전 함장은 함장실에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소화기로 문을 부순 장병들에게 구조됐다.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며, 천안함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며 마지막까지 퇴선(退船)을 거부하던 그를 억지로 구조선에 태웠다고 당시 부하 장병들은 증언했다.

최 전 함장에 대한 민주당의 폄훼는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냈던 인사가 2021년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켜 놓고 제대로 된 책임이 없었다”고 최 전 함장을 비판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건 원인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였다. “천안함 사건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이재명 대표의 5일 발언과 비슷하게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 “정부 공식 입장(폭침)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작 ‘북한의 도발’ 표현엔 인색했다. 이런 분위기가 권 수석대변인의 막말에 영향을 줬다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5일은 국가보훈청이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뒤 처음 맞는 현충일 하루 전이었다. 발언의 내용뿐 아니라 시점 역시 매우 부적절했다.

거대 야당을 대표해 국민과 소통하는 권 수석대변인은 전임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그가 선택한 표현이나 단어, 말하는 태도의 수준은 자연스럽게 민주당과 전임 정부의 품격, 상식의 수준과 직결된다. 이번 논란이 커지자 권 수석대변인은 “당직(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최 전 함장)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 한 발언”이라고 알아듣기 힘든 해명을 했다. 남에게 ‘낯짝’ 운운했던 그가 본인 자리의 무게감을 느낀다면 자기 발언의 적절성이나 거취에 대해 스스로부터 심각한 고민과 성찰을 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