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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반대에도 아태협 통해 대북지원…이화영 오른팔 기소

중앙일보

입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이화영(60)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최측근인 신모(60)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당시 경기도 대북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들이 속속 재판에 넘겨지면서 당시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화영 오른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김영남)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6개 혐의로 신 전 국장을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2019년 3월 경기도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을 통해 북한에 금송 묘목과 밀가루를 보내려고 한 것과 관련해 신 전 국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지방재정법위반 등 3개 혐의를 적용했다. 신 전 국장은 당시 경기도 산림과가 “금송은 정원수라, 산림녹화용으로 부적절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는데도 “북한의 지원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로 묵살했다. 경기도가 북한에 묘목을 지원하기 전 열린 남북교류협력기금 운용심의위원회에도 신국장은 묘목 지원 사실만 밝혔을 뿐 “금송을 지원한다”는 내용은 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금송이 김성혜 북한 아태위 실장의 요청에 의한 ‘뇌물’로도 보고 있다.

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을 하고 있다. 국제대회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구속기소), 우측은 양선길 현 회장(구속기소)이다. 경기도

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을 하고 있다. 국제대회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구속기소), 우측은 양선길 현 회장(구속기소)이다. 경기도

밀가루 지원 사업 역시 2019년 9월 경기도 공무원들이 “아태협이 북한에 실제로 밀가루가 전달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회계처리를 중단했지만 신 전 국장 등이 “예정대로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국장은 “정책적 판단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친구이자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상임부회장 등을 지낸 신 전 국장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하던 2019년 1월 개방형 직위로 공모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 임명됐다. 2021년 1월 경기도를 나온 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로 돌아가 사무처장직을 수행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2021년 6월 경기도와 1억원 규모의 ‘한반도 평화체제 2.0 및 DMZ 접경지역에 대한 경기도의 미래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신 전 국장이 퇴직 전 결재한 사업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신 전 국장이 공직 기간에 얻은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경기도를 퇴직하기 전 경기도의 대북사업 관련 서류 240건을 USB에 담아 외부로  빼돌리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알고 지내던 경기도 공무원에게 연락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경기도 대북사업 내부 자료를 요청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종 결재권자는 이재명… 檢, 소환 추진할까

이 전 부지사에 이어 신 전 국장까지 재판에 넘겨지면서 당시 경기지사이자 경기도 대북사업 최종 책임자였던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납이 제3자뇌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이 전 부지사를 추가로 입건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와 신 전 국장은 “경기도의 대북 사업은 쌍방울과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이들에게 불리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이정재)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보조금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불법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안 회장은 이 전 부지사는 물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손을 잡고 대북 사업을 펼쳐왔던 인물이다.

2019년 4월 경기도가 아태협과 함께 추진한 북측 어린이 간식 및 묘목 지원사업 기념 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오른쪽이 안부수 아태협 회장, 왼쪽이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아태평화교류협회 홈페이지

2019년 4월 경기도가 아태협과 함께 추진한 북측 어린이 간식 및 묘목 지원사업 기념 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오른쪽이 안부수 아태협 회장, 왼쪽이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아태평화교류협회 홈페이지

안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2018년 10월29일 경기도가 제1회 아태평화국제대회에 지급한 보조금이 약속했던 5억원에 못미치게 되자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을 안 회장에게 소개해 쌍방울그룹이 아태협을 지원하게 했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경기도가 북한에 지원키로 했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50억여 원)를 김 전 회장이 대신 북한의 대남 사업 총괄 기구인 조선아태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에 건넸다는 점도 인정했다. 경기도가 북한 산림 녹화를 표면적인 목적으로 내세워 북측 김성혜가 요구한 금송, 주목 등 조경수를 경기도 보조금으로 사들여 지원하려 했다는 정황도 모두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이 사실상 대북 사업 컨소시엄을 구축해 공조했다고 보고 이 전 부지사와 신 전 국장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 등 윗선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또 김 전 회장과 쌍방울그룹 임직원들에게 “2020년 초 서울 강남구의 고급 일식당 등에서 2차례 김용 전 대변인과 만나 음식과 술을 대접했고, 방북비용 대납 등 대북송금에 대해선 수차례 전화로 의견을 나눴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김 전 대변인의 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대변인 측은 “김 전 회장과 대변인 시절 한 차례 식사한 것 외엔 교류가 없다”며 거부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달 안에 이 대표를 소환해 기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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