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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서 학생 수 7배 늘었다...소문 자자한 이 학교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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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생 수 12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한 초등학교가 활기를 되찾다. 이 학교는 외지에서 전학 오는 학생까지 생기면서 학생 수가 102명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학부모·주민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한다.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역 주민과 함께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깨움마을학교]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역 주민과 함께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깨움마을학교]

폐교 위기서 3년 만에 방침 철회

전남 영광군 묘량면 묘량중앙초등학교는 현재 묘량면에 남아있는 유일한 학교다. 1944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2009년 8월 폐교 대상으로 확정됐다. 당시 학생 수는 12명뿐이었고, 앞서 인근 학교가 줄줄이 폐교한 탓에 희망은 없어 보였다. 2002년과 2004년에 묘량중과 묘량초가 잇달아 문을 닫았다. 묘량면은 인구 1700여명으로 면 단위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이다.

폐교 결정 소식이 들리자 지역 농촌복지공동체인 '여민동락'이 나섰다. 여민동락은 2007년 농촌으로 이주한 30대 젊은 부부 6명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으로 인연을 맺은 강위원(51)·권혁범(48)·이민희(47)씨 부부다. 대구에서 2000년 초부터 3년 동안 노인복지 관련 법인에서 일한 강씨는 고향인 영광으로 와 여민동락을 설립을 제안했다. 여민동락도 처음에는 주로 노인복지 활동을 하는 게 목표였다.

여민동락은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활성화한다"며 학부모와 동문, 지역 주민을 설득해 학교발전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꼈다. 이들 부부는 묘량중앙초등학교 학부모 또는 예비학부모였다.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역 주민과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깨움마을학교]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역 주민과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깨움마을학교]

이들과 주민은 십시일반으로 800만원을 모아 중고 승합차를 샀다. 학부모가 직접 이 승합차를 운전하며 학생 등하교를 책임졌다. 학생 수가 점차 늘면서 2018년에는 45인승 통학 버스 두 대를 갖춘 학교가 됐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2015년 '깨움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를 만들어 교육과 돌봄은 물론, 아이부터 노인까지 참여하는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우리마을 역사탐험대(3학년)', '어린이농부학교(4학년)','마을생태과학교실(5학년)','와글와글 마을기자단(6학년)' 등이 있다.

이민희 깨움마을학교 대표는 “통학도 문제고, 방과 후에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엄마들끼리 모여 아이들을 돌보자고 뜻을 모았다”며 “묘량면 학생만으로는 학교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옆 마을 학생들까지 오고 싶은 학교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깨움마을학교는 지난해 교육부 주관 '참좋은 학교'로 선정됐다. 농어촌 지역 작은 학교 살리기 모범사례로 선발된 전국 15개 학교 중 하나이다.

교육의 질이 좋아지고 통학문제가 해결되자 많은 학생이 늘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영광읍 학생이 묘량면까지 전학을 오게 됐다. 이러자 2012년 학교 폐교 방침이 철회됐다. 당시 학생 수는 32명이었다. 10년이 지난 2019년에는 병설 유치원생을 포함해 학생 수가 102명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초등생 70명, 유치원생 18명 등 88명이다.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가 학생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 축제로 진행되고 있다.[사진 깨움마을학교]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가 학생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 축제로 진행되고 있다.[사진 깨움마을학교]

제한적 공동학구제도 한 몫
제한적 공동학구제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 제도는 거주지를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 작은 면 단위 학교에서 읍 단위 학교로 전학이나 입학을 할 수 없지만, 반대로 읍에서 면으로는 전학이나 입학이 가능하다.

학생회장인 6학년 서후 양은 "유치원 때부터 영광읍에서 통학버스로 30여분 걸려 통학했지만 힘들진 않다"라며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농부학교며 마을기자단 등 재밌는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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