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위암 막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관상동맥 질환도 예방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병원리포트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


19년간 환자 4765명 추적한 결과
남 65세 이하, 여 65세 이상서 효과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관상동맥 질환 예방에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남성 65세 이하, 여성 65세 이상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전달하는 세 가닥의 혈관인 관상동맥은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 질환에 의해 손상되고, 이 혈관에 동맥경화가 진행돼 좁아지거나 막히는 관상동맥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암에 이어 주요 사망 원인 2위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김상빈 소화기내과 전문의·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황인창 교수)이 위암·위궤양 등 위장관 질환의 대표적 예방 및 치료법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관상동맥 질환 위험 감소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연구팀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콜레스테롤 수치나 당화혈색소(HbA1c)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한 데 이어, 이런 대사 질환으로부터 유발되는 중증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해 의미가 깊다.

연구팀은 수년 전부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각종 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속해서 규명해 온 바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남녀에 따라 다른 연령대에서 심장 질환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까지 밝혀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2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 내시경을 받은 환자(7608명) 중 관상동맥 질환이 없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 4765명에 대해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3783명)와 제균하지 않은 환자(982명)의 관상동맥 질환의 누적 발병 여부를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두 그룹은 연령, 성별, 음주량, 흡연 여부, 당뇨병, 고혈압, 아스피린 섭취량 등의 차이가 없어 정확한 비교가 가능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에서 제균 치료를 받아 헬리코박터균이 박멸된 환자의 관상동맥 질환 누적 발병률이 비제균 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특히 남성은 65세 이하에서, 여성은 65세 이상에서 이러한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남녀 차이에 대해 연구팀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화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에스트로겐 수치가 비교적 낮은 65세 이하 남성이나, 65세 이상 여성에서 제균 치료로 인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 위궤양 등 위장 병변을 유발하는 균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전신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활성화를 비롯해 지질 대사의 장애를 유발하고, 혈관 손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위암, 심근경색을 동시에 예방하는 효과가 규명된 만큼 감염이 확인된다면 제균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Helicobacter)’에 최근 게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