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해고하는 챗GPT…"창조적 일 괜찮다? 카피라이터 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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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을 뺏기 시작했다. 과거 기계가 주로 대체했던 저임금·단순 노동이 아니다. 기계는 하기 힘들다고 믿었던, 고임금의 창조적 업무가 AI의 새 먹잇감이다. 그동안 상대적 고임금을 받았던 화이트칼라 직종의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美, AI로 지난달 감원 3900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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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AI가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콘텐트 분야 일자리를 이미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스타트업의 카피라이터였던 올리비아 립킨(25)씨는 지난 4월 AI때문에 해고됐다. 올리비아는 WP와 인터뷰에서 “관리자들이 카피라이터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챗GPT를 쓰는 것이 더 싸다고 글을 쓰는 것을 보고 해고 이유를 알았다”고 했다.

AI가 이미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증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인사관리 컨설팅회사인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미국 기업이 AI를 이유로 감원했다고 밝힌 인원이 3900명이라고 했다. 이는 폐업(1만9598명)·시장 상황(1만4617명)·비용 절감(8392명) 등 17가지 감원 사유 중에서도 7번째로 많았다. 블룸버그는 해당 보고서에서 기업이 인력 감축 이유로 AI를 든 것은 처음이라며 “AI로 인한 인력 감축이 이제 막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 등장, 창조적 업무까지 대체

챗GPT. 로이터 연합뉴스

챗GPT.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AI발(發) 실직은 기계로 대체하기 힘들 거라 여겨졌던 창조적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AI는 주어진 데이터만 학습해 임무를 수행했다. 공장과 물류창고 같은 곳에서 반복하는 단순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해 재고 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식이었다. 하지만 챗GPT로 대표되는 최근의 ‘생성형 AI’는 데이터의 분석뿐 아니라, 이를 비교 학습해 새 창작물까지 제작한다. 예를 들어 여러 화가의 화풍이나 작곡가의 음악 패턴을 습득한 뒤 이를 재창조해 또 다른 그림이나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계로는 대체가 힘들 거라 여겨졌던, 고임금의 창조적 분야 일자리까지 최근 AI에게 위협당하고 있다. 앞선 올리비아 사례처럼 홍보 등에 쓰일 문구를 작성하거나, 어려운 외국어로 된 문서를 번역하고, 복잡한 판결문 등을 분석하는 작업을 이젠 굳이 사람을 거치지 않고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백악관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는 반복적이지 않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인력을 잠재적 혼란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이선 몰릭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부교수는 “과거 자동화의 위협은 어렵고 더러우며 반복적인 작업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높은 학력이 필요한 가장 고소득이며 가장 창의적인 일을 정면으로 겨냥한다”고 했다.

줄어든 화이트칼라 직종 AI로 대체될 수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업그레이드된 AI가 창조적 업무까지 수행하면서, 화이트칼라 직종을 중심으로 일자리 재편 가능성도 제기 된다. 지난 3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약 3억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사무직 같은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건설 근로자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육체노동은 AI로 대체가 어려워서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이미 감소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 3월 마감한 2023년 회계연도 기간 미국 화이트칼라 실업자는 15만명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일자리가 줄어든 가장 표면적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폭 늘었던 정보통신(IT) 분야 일자리가 조정을 받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 집리크루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라갔던 지난해 6월에서 지난해 11월 사이 화이트칼라의 대표적 업종인 기술(-35.7%)·경영(-32.2%)·법률(-31.26%) 분야 채용 공고는 급격히 감소했다.

WSJ은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도 이들 일자리가 AI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WSJ은 “AI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소멸·개편되는 영구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기업들이 사무직군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영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BT그룹은 AI 등 신기술 적용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직원의 최대 42%인 5만5000명을 줄이기로 발표했다. IBM도 5년 이내 업무 지원 분야 직원 7800명을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이 떠난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확도·성능에서 한계” 지적도

다만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체하기에 아직 정확도와 수준 면에서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WP는 기술전문매체 CNET가 AI로 작성한 기사 77건을 내보냈지만, 사실관계 오류로 AI 활용을 최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섭식장애협회(NEDA)도 섭식장애 환자 상담에 챗봇을 사용했지만, 오히려 과도한 다이어트를 권해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국문학번역원도 최근 AI 번역과 인간번역을 모의 비교 실험한 결과 “현 수준의 AI 번역기는 평범한 번역의 최대치까지 갈 수는 있어도 창조적 수준으로 넘어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세라 로버츠 UCLA 부교수는 WP와 인터뷰에서 “AI가 오류를 저질러 기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챗GPT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들이 성급하게 나서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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