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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배드민턴은 안세영 시대…태국 오픈 제패하며 올 시즌 6차례 대회서 4번째 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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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태국 오픈 정상에 오른 직후 세리머니를 하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안세영이 태국 오픈 정상에 오른 직후 세리머니를 하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여자 배드민턴에 ‘안세영 시대’의 막이 올랐다. 올 시즌 출전한 6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라 4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강자의 지위를 입증했다.

세계랭킹 2위 안세영(21·삼성생명)은 태국 방콕의 인도어 스타디움 후아마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500 시리즈 태국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5위)를 2-0(21-10 21-19)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4번째 우승이다. 인도 오픈 정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이상 1월)에 이어 최고 권위의 전영 오픈(3월)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어 3개월 만에 태국 오픈까지 석권하며 기세를 올렸다.

말레이시아 오픈(1월)과 혼합단체전인 수디르만컵(5월)은 나란히 준우승했지만, 올 시즌 출전한 대회에서 세계랭킹 최상위권 강자들을 잇달아 제압하며 모두 결승에 올라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대회 결승전 상대인 왼손잡이 허빙자오를 상대로도 지난해에는 4차례 만나 모두 지는 등 고전했지만, 올해 들어 세 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우위로 돌아섰다.

태국 오픈 우승 직후 우승 트로피와 함께 금메달을 들어보이는 안세영. EPA=연합뉴스

태국 오픈 우승 직후 우승 트로피와 함께 금메달을 들어보이는 안세영. EPA=연합뉴스

우승이 결정되자 안세영은 특유의 화려한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오른손을 귀에 가져다댄 후 환호를 유도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경기장이 뜨거운 함성으로 물들었다. 활짝 웃으며 관중들과 교감을 나눈 그는 팬 서비스를 모두 마친 이후에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며 비로소 승자의 쾌감을 만끽했다.

1세트는 18분 만에 끝났다.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절묘한 드롭샷으로 상대 범실을 잇달아 유도하며 21-10으로 여유 있게 마무리했다. 2세트 들어 허빙자오의 공격이 살아나며 접전이 이어졌지만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리드를 지켜 30분 만에 21-19로 끝냈다.

안세영은 ‘셔틀콕 여제’ 방수현(51·은퇴)이 일찌감치 후계자로 점찍을 만큼 천재성이 남달랐지만, 지난해까지는 정상에 오르는 길이 험난했다. 장점인 수비에 치중하느라 상대적으로 공격 비중이 낮았던 탓이다. 공세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이는 야마구치 아카네(일본·1위), 천위페이(중국·4위) 등을 만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안세영이 허빙자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안세영이 허빙자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올해 들어 훌쩍 성장한 건 플레이 스타일 대신 마음가짐을 바꾼 결과다. 지난 2월 만난 안세영은 “이제껏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만 따라다녔다. 하지만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공격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공격에 집중했더니 체력적으로 힘들어졌다. 차분히 방어하며 상대방이 흔들릴 타이밍을 잡은 뒤 기회가 왔을 때 단번에 끝내버리는 게 내 스타일이다. 이제부터 ‘안세영의 배드민턴’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식 배드민턴의 핵심은 완급 조절이다. 무조건 수비하거나 억지로 공격에 나서지 않는다. 버텨야 할 때 차분히 방어하며 기회를 살피다가 상대가 약점을 드러내면 단번에 휘몰아쳐 득점으로 연결한다. 하태권 해설위원은 “통상적으로 20대 중반 무렵에 전성기를 경험하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안세영은 20대 초반에 일찌감치 톱 랭커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추후 힘과 노련미가 붙은 그의 경기력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단식을 제패한 안세영을 비롯해 혼합 복식의 김원호-정나은 조(세계랭킹 9위)와 여자 복식의 김소영-공희용(7위) 조가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 메달 수확 전망을 밝히는 청신호다.

결승전 상대 허빙자오(왼쪽)와 함께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한 태국 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 안세영. EPA=연합뉴스

결승전 상대 허빙자오(왼쪽)와 함께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한 태국 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 안세영.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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