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창가학회는 생명·평화 추구…일 군국주의 목숨 걸고 저항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2호 16면

창립 93주년 창가학회

한국SGI 김인수 이사장은 “창가학회의 창가 는 ‘가치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교육은 가치를 창조하는 교육이란 뜻이 담겨 있다. 불법 의 이치는 가치 창조 교육과 통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한국SGI 김인수 이사장은 “창가학회의 창가 는 ‘가치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교육은 가치를 창조하는 교육이란 뜻이 담겨 있다. 불법 의 이치는 가치 창조 교육과 통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가까우면서도 멀다. 미래를 보면 이웃이고, 과거를 보면 상처투성이다. 일제 강점기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당시 일본에서도 군국주의에 저항하며 목숨을 걸고 양심의 소리를 높였던 종교 단체가 있다. 다름 아닌 창가학회(SGI)다. 불교 경전인 법화경(法華經)에 기반을 둔 재가자 중심의 불교 단체다.

1930년대 군국주의의 광풍이 일본 열도를 지배했다. 당시 일본인에게 ‘천황(일왕)’은 신(神)이었다. 일본의 전통 신앙인 신도(神道)는 원래 만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민속 신앙의 개념이었다. 그런데 메이지 시대 이후에 일본 군부가 일왕을 신격화했다. 일왕을 중심에 두고 ‘국가신도(國家神道)’의 개념을 도입해 국가 통치 이데올로기를 구축했다. 그게 일본 군국주의의 정신적 뼈대였다.

당시 일본에는 약 1500개의 종교 단체가 있었다. 기독교와 천주교도 이미 들어온 상태였다. 그렇지만 군국주의에 강렬하게 저항하고, 그로 인해 대표자가 목숨까지 잃은 종교는 창가학회였다.

창가학회는 초토화 직전까지 갔다. 창립자인 마키구치 쓰네사부로(1871~1944) 초대 회장은 신사 참배 거부와 천황 모독 등의 이유로 결국 치안유지법 위반과 불경죄로 체포됐다. 일제 강점기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씌워진 죄목도 이 두 가지였다.

“천황(일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취조 심문에 마키구치 회장은 대담하게도 “천황도 범부다!”라고 일갈했다. 취조하던 검사가 재차 물었으나 대답은 똑같았다. 결국 그는 수감돼 옥사했다.

저항의 이유는 명쾌했다. 군국주의는 창가학회가 추구하는 생명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를 위배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창가학회가 올해 창립 93주년을 맞았다. 1일 서울 구로구 한국SGI 본부에서 김인수(64) 이사장을 만났다. 그에게 창가학회의 지향점을 물었다.

왜 명칭이 ‘창가학회’인가.
“창가(創價)는 ‘가치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옥사한 마키구치 초대 회장이 원래 교육자(초등학교 교장)였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끝없이 던졌다. 그러다가 마키구치 회장은 니치렌(日蓮) 대성인을 통해 불법(佛法)을 알게 됐다. 그리고 ‘가치를 창조하는 교육’이란 답을 얻었다. 불법의 이치야말로 가치 창조 교육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펼칠 창가교육학회(현 창가학회)를 창립했다.”

니치렌 선사는 1200년대 인물이다. 그는 대승불교 경전인 법화경을 중시했다. ‘법화경’의 전체 명칭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다. 그걸 일본어로 발음하면 ‘묘호렌게쿄’가 된다. “나의 몸과 마음을 법화경의 가르침, 즉 우주와 생명을 관철하는 근원의 법에 귀의한다”는 뜻이 “남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다. 그래서 창가학회 회원들은 기원할 때 “남묘호렌게쿄”를 되풀이해서 봉창한다.

‘남묘호렌게쿄’라는 발음 때문에 엉뚱한 오해와 편견도 있었다. 왜 한국어로 “나무묘법연화경”이라고 부르지 않나.
“지구촌에는 192개국에 1200만 명의 국제창가학회 회원이 있다. 세계 기독교에서 기도를 마칠 때 히브리어로 ‘아멘!’이라고 하지 않나. 같은 맥락이다. 창가학회는 미국·유럽·남미에 있는 회원도 ‘남묘호렌게쿄’를 봉창한다. 이건 부처가 깨달은 법의 이름이다. 고유명사로 봐달라.”

옥사한 마키구치 초대 회장의 뒤를 이은 도다 조세이(1900~58) 2대 회장도 군국주의에 저항했다. 일본 군부는 종교 단체에서도 신사(神社)의 부적을 모시라고 강요했다. 마키구치 회장과 수제자 도다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도다도 2년간 투옥됐다. 수감될 때 85㎏였던 몸무게가 출옥할 때는 50㎏였다. 그는 감옥에서 하루 1만 번 ‘남묘호렌게쿄’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부처는 생명이다! 생명의 표출이다. (부처는)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명 속에 있다”고 선언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창가학회 3대 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95)도 일본 군국주의에 초지일관 반대하는 입장이다. 수천 명의 일본 고교생·대학생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여학생 유관순”을 소개하고, “한민족 독립운동의 아버지 안창호는 일본의 비열한 침략과 끝까지 싸운 위대한 투사로서 몇 번이나 감옥에 투옥됐다”고 강연한 적도 있다. 평소에도 이케다 회장은 “한국은 일본에 문화를 전해준 ‘문화대은(文化大恩)의 나라’”라고 강조한다.

창가학회의 가장 핵심적인 지향은 뭔가.
“인간혁명이다. 불교는 결국 인간혁명의 철학과 실천으로 이어진다. 설령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내면에는 이미 부처의 성품이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자신을 깨고, 이웃의 행복까지 바라는 나로 확장될 수 있다. 그렇게 나를 바꾸면 가정과 사회가 바뀌고 국가와 세계가 바뀌지 않겠나. 창가학회는 생명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를 추구한다. 창가학회가 펼치고 있는 평화·문화·교육 분야의 모든 운동은 궁극적으로 먼저 자신의 인간혁명으로 변혁을 지향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