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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앗은 비피해 잊었나…흙 쌓인 배수로, 낙석 펜스도 엉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경사가 가파른 충남 보령시 미산면 한 도로. 산 위에서 떨어지는 바위 등을 막기 위해 설치한 펜스(울타리)가 파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산에서 쏟아진 흙더미나 돌이 펜스를 뚫고 차를 덮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지난달 8일부터 5일간 이런 재해위험 현장을 점검했다.

행안부는 이 기간에 태풍이나 집중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전국 87곳을 현장 점검, 안전 미흡 사례 222건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충남 보령의 한 도로 옆에 설치돼 있는 낙석방지 펜스가 파손된 모습(왼쪽). 행정안전부는 현장점검을 거쳐 낙석방지망을 추가 설치해 보수를 완료했다. [사진 행정안전부]

충남 보령의 한 도로 옆에 설치돼 있는 낙석방지 펜스가 파손된 모습(왼쪽). 행정안전부는 현장점검을 거쳐 낙석방지망을 추가 설치해 보수를 완료했다. [사진 행정안전부]

건설 자재가 하천에 방치돼 있기도

이번 점검에선 낙석(落石)방지 시설이 파손돼 있거나 배수로에 흙 등 퇴적물이 쌓여있어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곳이 발견됐다. 저수지 등을 건설하는 공사장에서 나온 자재가 하천에 방치된 곳도 있었다. 펌프나 모래주머니 등 수방(水防) 자재가 부족하거나 불량한 상태인 경우도 많았다. 세천(細川)에 흙과 잡초 등이 쌓여있는 등 관리가 미흡한 곳도 눈에 띄었다.

이번 표본 점검은 장마철을 앞두고 재해위험이 있는 전국 12만485곳의 안전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해위험 지역 중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일부 장소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구·강원 등 14개 시·도와 32개 시·군·구가 점검 대상 지역이었다.

강원 영월에 있는 한 세천(細川) 배수로에 잡초 등이 자라나 방치돼 있는 모습(왼쪽). 행정안전부의 점검을 거쳐 잡초 제거 등 조처가 진행됐다. [사진 행정안전부]

강원 영월에 있는 한 세천(細川) 배수로에 잡초 등이 자라나 방치돼 있는 모습(왼쪽). 행정안전부의 점검을 거쳐 잡초 제거 등 조처가 진행됐다. [사진 행정안전부]

장마철 전까지 보수·보강 완료 목표

행안부는 이번 표본 점검과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재해위험 지역 전수점검 내용을 종합해서 안전 미흡 사례로 파악된 2800여 곳을 보수·보강하기로 했다. 관계기관별로 배수로를 정비하고, 안전시설을 추가 설치하거나 부족한 수방 자재를 구비토록 한다. 장마철이 시작되는 6월 중순 이전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다.

한편 행안부 이한경 재난관리실장은 2일 울산 남구 점골지구를 찾아 침수 피해 예방대책을 점검한다. 점골지구는 2016년 10월 태풍 ‘차바’로 주택과 상가 145채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본 곳이다. 지난 4월 홍수·호우 등으로 비가 많이 내리면 지하로 물을 유입시키는 ‘우수유출 저감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점골지구 수방 자재 현황과 비상 상태 발생 시 대피 계획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한경 재난관리실장은 “이번 여름에 많은 비가 내리더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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