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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엔 찡그려도 머스크엔 러브콜…'돈' 급한 중국 두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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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천지닝(오른쪽) 상하이시 당 서기가 4년만에 중국을 방문한 제이미 다이먼(왼쪽) 미국 JP 모건 스탠리 회장과 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웨이신 상하이발표

지난달 30일 천지닝(오른쪽) 상하이시 당 서기가 4년만에 중국을 방문한 제이미 다이먼(왼쪽) 미국 JP 모건 스탠리 회장과 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웨이신 상하이발표

중국이 미국과 정치·군사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찾는 미국 경제계 거물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미국과 외교·군사적 교류에는 여전히 ‘빨간불’을 켜면서도 경제 교류에 ‘파란등’을 켜는 모양새다. 계속되는 경제 위축 속에 글로벌 투자 유치를 회유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압박에 맞서 미국 민간기업을 ‘갈라치기’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차기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는 천지닝(陳吉寧·59) 상하이 당 서기는 지난달 30일 상하이를 찾은 제이미 다이먼 미국 JP 모건 스탠리 회장과 회견했다. 이날 천 서기는 “모건 스탠리의 국제 영향력과 네트워크 자원의 이점을 발휘해 국제 금융기구가 상하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추동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상하이 당 기관지 해방일보가 보도했다. 권력서열 25위권의 정치국위원인 천 서기는 “비즈니스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대외 개방 능력을 높여 국내외 기업이 상하이에서 발전할 더 좋은 조건을 만들겠다”라고도 다짐했다.

다이먼 JP 모건 회장의 중국 방문은 4년 만에 이뤄졌다. 31일 상하이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JP 모건의 연례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한 다이먼 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서방과 중국은 디커플링할 수 없다”며 “현 정세가 매우 복잡하지만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도 중국에서 경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밋을 주최한 필리포 고리 JP 모건 아·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돌아왔다”는 개막사로 미국 경제인 방중 러시를 대변했다. 올해 서밋에는 렉스먼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메리 바라 제너럴 모터스 CEO 등 37개국 2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지난달 31일 왕원타오(오른쪽) 중국 상무부장이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국상무부 홈페이지

지난달 31일 왕원타오(오른쪽) 중국 상무부장이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국상무부 홈페이지

이날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베이징에서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과 진좡룽(金壯龍) 공업정보화부장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전날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견한 머스크는 3년만의 방중 기간 장관급 3명과 만나 중국 시장을 점검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진좡룽 부장이 머스크와 신에너지 차량과 스마트 네트워크 차량의 발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왕원타오 부장이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테슬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기업에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자신의 전용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자신의 전용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시가총액 1조 달러에 육박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黃仁勳·30) 최고경영자(CEO)도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홍콩 성도일보가 1일 보도했다. 대만 출신인 황 CEO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론상 엔비디아가 대만 이외 지역에서 칩을 만들 수 있겠지만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미·중 디커플링에 반대했다. 지난 3월에는 팀 쿡 애플 CEO가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 매장을 깜짝 방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 경제계 인사를 환대하는 중국은 미국 정치권 인사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여전히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20회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이 제안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 역시 중국의 거부로 성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인·태사령부는 26일 중국 젠-16 전투기가 남중국해 해상에서 정찰 작전 중이던 미 공군 RC-135기를 불과 122m 근거리에서 위험하게 가로막았다며 항의했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 추이 그래프. 50 이하면 경기 수축을 의미하는 중국 PMI 지수가 지난달 48.8%를 기록했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 추이 그래프. 50 이하면 경기 수축을 의미하는 중국 PMI 지수가 지난달 48.8%를 기록했다.

중국이 이처럼 정치와 경제 투트랙 행보를 취하는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위축이 자리한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보다 0.4%p 줄어든 48.8%로 발표했다. 기업 구매담당자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동향 지표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중국은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4월에 이어 두 달째 50 미만의 수축 국면에 머물렀다. 특히 신규 수출주문 지수는 47.2%로 전달 대비 0.4%p 하락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중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렸다”며 “‘제로 코로나’ 방역을 취소한 뒤 한때 소비 붐이 일었지만 지금 중국 경제는 수년 동안 축적된 잠재적인 문제가 다시 대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FT는 1일 “중국의 성장 전망이 흔들린다”는 사설을 싣고 “시진핑 주석의 ‘포괄적 국가안보’ 개념이 베이징 행정부가 활력을 불어넣었던 친 성장 독트린을 대체했다”며 중국판 ‘잃어버린 10년’을 예고했다. 중국이 경제성장 부진 속에 일본처럼 저성장 침체 늪에 빠질 수 있단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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