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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연타석포로 저지 맹추격…MVP 경쟁 다시 붙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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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와 '홈런왕' 에런 저지(31·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MLB) 최고 선수 경쟁 2라운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저지가 홈런 몰아치기로 성큼 앞서가자 오타니도 슬럼프를 털어내고 가속도를 붙였다.

오타니가 1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회 시즌 15호 홈런을 때린 뒤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타니가 1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회 시즌 15호 홈런을 때린 뒤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타니는 1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시즌 14호와 15호 홈런을 연타석으로 터트려 아메리칸리그(AL) 홈런 1위 저지(18개)를 3개 차로 쫓았다. 3회 1사 1루에서 2점 홈런을 날렸고, 4회 1사 2루에서 다시 2점 홈런을 쳐 에인절스의 12-5 승리에 힘을 보탰다. 두 홈런 다 비거리가 각각 130m와 140m에 달하는 초대형 아치였다. 오타니가 한 경기 멀티 홈런(2개 이상)을 기록한 것은 빅리그 통산 13번째다.

투타를 겸업하고 있는 오타니는 최근 짧지 않은 슬럼프를 겪었다. 투수로는 4월 28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6이닝 5실점), 지난달 4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5이닝 4실점), 1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7이닝 5실점)에서 잇달아 4점 이상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나 22일 미네소타 트윈스전과 28일 마미애미 말린스전에서 연속으로 6이닝 1자책점을 기록하면서 건재를 알렸다. 타자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7일 볼티모어전부터 30일 화이트삭스전까지 타율 0.148(54타수 8안타)로 부진했지만, 31일의 시즌 13호 홈런과 이날의 연타석포로 완벽한 회복을 알렸다.

저지 역시 시즌 초반의 부진을 떨쳐내고 만만치 않은 괴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타율 0.342, 홈런 12개, 25타점, 출루율 0.474, 장타율 0.882를 기록하면서 '뉴욕의 거인'이 깨어났음을 알렸다. 특히 저지의 주 무기인 홈런이 쉴 새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9~31일 시애틀을 상대로 사흘간 홈런 4개를 때려내 단숨에 AL 홈런 1위로 치고 나갔다. 2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순항 중이다.

오타니와 저지는 나란히 MLB 간판스타로 향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148년째를 맞이한 MLB 역사에 리그 MVP와 신인왕을 모두 수상한 선수는 역대 12명밖에 없다. 오타니가 2018년 신인왕과 2021년 MVP를 받아 11호 선수가 됐고, 저지는 2017년 신인왕과 지난해 MVP를 수상해 12호 선수로 기록됐다.

신인 시절부터 리그를 뒤흔드는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점도 비슷하다. 2017년 처음 양키스 주전이 된 저지는 첫 달에만 홈런 10개를 때려내면서 일찌감치 신인왕 레이스 독주 체제를 굳혔다. 결국 홈런왕(52개)으로 시즌을 마쳐 이견의 여지 없는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다.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2018년 빅리그로 온 오타니는 현대 야구에서 사라진 듯했던 만화 속 '이도류'를 현실로 불러왔다. 개막 후 첫 10경기에서 투수로 2승을 올리고 타자로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면서 '외계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팔꿈치를 다쳐 9월 이후엔 타자로만 뛰었는데도 무난하게 신인왕에 올랐다.

저지가 1일(한국시간) 시애틀전에서 타격한 뒤 타구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저지가 1일(한국시간) 시애틀전에서 타격한 뒤 타구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둘의 AL MVP 싸움도 치열했다. 2021년엔 투타를 겸업하며 한 시즌을 완주한 오타니가 만장일치로 MVP를 받았다. 워낙 독보적인 능력이라 지난 시즌에도 오타니의 MVP 2연패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저지가 오랜 부상을 털고 '괴물 모드'로 돌입하면서 점입가경 경쟁이 시작됐다.

저지는 지난해 홈런 62개를 쳐 팀 선배 로저 매리스가 1961년 남긴 AL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61개)을 61년 만에 갈아치웠다. 금지약물의 도움을 받지 않은 타자가 60홈런을 넘긴 건 역대 세 번째이자 매리스 이후 61년 만이었다.

오타니도 분전했다. 역대 최초로 규정 이닝과 규정 타석을 동시에 채우면서 최초로 10승-30홈런과 200탈삼진-30홈런 기록도 작성했다. 그런데도 '청정 60홈런'의 상징성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저지가 1위 표 30장 중 28장을 휩쓸며 MVP에 올랐고, 오타니가 남은 2장과 2위 표 28장을 가져갔다.

왼손엔 배트, 오른손엔 공을 쥔 '베이브 루스의 후예' 오타니와 괴력의 홈런포를 앞세운 '양키스의 적자' 저지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AL 최고 선수 자리를 놓고 명승부를 시작했다.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계속될, 세기의 라이벌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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