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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훈풍…“코스피 적어도 2500은 안 깨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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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연초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코스피가 2600을 코앞에 뒀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며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에 제동이 걸린 데다 실적 개선 기대감에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반도체주에 외국인의 수요가 몰리면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1일 코스피는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전날(2585.32)보다 0.32% 하락한 2577.12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02% 오른 2586.03으로 시작한 코스피는 장 중 2596.31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장 마감 전 소폭 하락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FX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이에 대한 실망감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코스피는 최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초 2989.24(1월 4일 종가) 찍은 코스피는 지난해 9월 30일 2155.49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지만 외국인의 러브콜 속 반도체가 질주하며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스피와 반도체 주가가 하락한 31일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1·2위는 SK하이닉스(1778억917만400원)와 삼성전자(1444억2346만1800원)가 차지했다. 올 초(1월 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10조4063억원, SK하이닉스 1조4548억원가량을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연일 연중 신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30일 7만2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년4개월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11만300원으로 1년 만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셀 반도체’를 이어가던 외국인의 귀환을 이끈 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다.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 ‘보복 소비’ 영향에 증가했던 가전·IT 수요가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확 줄어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에 시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국내 반도체 재고율은 31.5%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만들어둔 상품을 팔지 못해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의 분위기를 바꾼 건 챗GPT 등장 등에 따른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늘면서 GPT에 필요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크게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국인의 귀환 속 반도체가 끌고 가는 코스피의 강세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국내 주식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들어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개선되고 있어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하반기 코스피가 3000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 목표치를 3000으로 제시하며 “하반기 미국 등 주요국의 소비가 구매력 제고와 맞물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이를 통해 맞이하는 실적 장세에 따라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등락은 있겠지만 오는 7~8월에 상승세가 이어져 코스피가 2780까지는 오를 것으로 본다”며 “적어도 2500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의 코스피 강세가 반도체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외에는 둔화한 세계 경기 개선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산업 실적 개선 기대감에 외국인 수급이 몰리며 국내 증시를 견인하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나 내수 소비 부진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호재가 지속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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