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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내 음성을 노래로…“모든 음악이 똑같을 필요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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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뉴욕 출신 삼형제가 모인 밴드 ‘에이제이알(AJR)’이 지난달 28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사진 프라이빗커브]

뉴욕 출신 삼형제가 모인 밴드 ‘에이제이알(AJR)’이 지난달 28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사진 프라이빗커브]

방문 두드리는 소리, 지하철 안내 음성 등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소음은 어떻게 ‘힙’한 노래로 바뀌었을까. 미국 유명 팝 밴드 ‘에이제이알(AJR)’은 그 과정을 무대 위에서 유쾌하게 풀어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헤드라이너로 오른 첫 내한무대에서다.

AJR은 박자를 늘리고 음정을 올린 생활 소음 위에 피아노와 트럼펫의 멜로디와 리듬을 얹는 방식으로 대표곡 ‘뱅!(Bang!)’을 선보였다. 4집 선공개 싱글곡(2020)인 이 노래는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올랐고, 애플 광고 BGM으로 사용돼 대중에게 AJR을 각인시켰다.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을 꽉 채운 관객은 “뱅, 뱅, 뱅!”을 외치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AJR은 미국 뉴욕 출신 삼형제가 2005년 결성한 밴드다. 밴드명은 맏형 아담(Adam·33), 막내 잭(Jack·29), 그리고 둘째 라이언(Ryan·26)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공연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AJR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처음 방문한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를지 몰랐다”며 기뻐했다.

뉴욕 출신 삼형제가 모인 밴드 ‘에이제이알(AJR)’이 지난달 28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사진 유니버설뮤직]

뉴욕 출신 삼형제가 모인 밴드 ‘에이제이알(AJR)’이 지난달 28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사진 유니버설뮤직]

삼형제가 음악을 하게 된 건 아버지 덕분이라고 한다. 잭은 “매일 아침 그날 기분과 분위기에 맞게 아버지가 선곡한 노래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뉴욕 센트럴 파크 등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며 점차 입소문을 탔다. 음악 시작 8년 만인 2013년 미니앨범 ‘아임 레디(I’m Ready)’로 데뷔했다.

AJR 음악의 특징은 강렬한 비트와 풍부한 사운드. 노래에 버무린 바이올린, 드럼 등 악기의 개성이 절묘하게 표출된다. 또 그 과정을 대중과 공유한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라이언과 잭의 아이디어인데, 라이언은 “영화의 비하인드 신 보는 것을 좋아한다. 결과물에 얼마나 많은 작업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알면 더 잘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솔한 가사도 AJR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위크(Weak)’ ‘100 배드데이즈(100 Bad Days)’ ‘웨이 레스 새드(Way Less Sad)’ 등의 노래는 우울과 절망을 직시한 가사로 듣는 이를 위로한다. 사회 이슈를 다룬 가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쓰리 어클락씽스(3 O’Clock Things)’에선 인종차별을 비판했고, ‘번 더 하우스 다운(Burn the House Down)’은 2018년 미국 총기 규제 시위의 주제곡으로 쓰였다. 라이언은 “전 세계 80억명 중 하나의 목소리로 ‘세상은 이렇게 돼야 한다’는 나만의 관점, 생각, 느낌을 음악에 반영하고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음악적 지향점을 묻자 이들은 “새로운 것을 계속 발굴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서 좌절하고 실망스러울 때는 많은 가수가 모두 같은 음악을 할 때”라며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 이거 한번 들어봐야겠어’라는 생각이 들게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내 다섯 번째 앨범 ‘TMM’으로 돌아올 계획인 이들은 “가장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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