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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 우승 도전 시비옹테크·루드, 라이벌은 홀란·레반도프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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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 우승에 도전하는 세계 1위 시비옹테크. AP=연합뉴스

프랑스오픈 우승에 도전하는 세계 1위 시비옹테크. AP=연합뉴스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와 남자 세계 4위 카스페르 루드(25·노르웨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조국에서 '국민 영웅'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테니스 불모지인 폴란드와 노르웨이에 혜성같이 나타난 '테니스 천재'다.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인 프랑스오픈에서도 나란히 순항 중이다. 디펜딩 챔피언 시비옹테크는 31일(한국시간) 크리스티나 벅사(세계 70위·스페인)를 2-0(6-4 6-0)으로, 지난해 준우승자 루드는 엘리아스 이메르(세계 155위·스웨덴)를 3-0(6-4 6-3 6-2)으로 완파하고 2회전에 올랐다.

시비옹테크는 19세 때인 2020년 프랑스오픈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폴란드 최초 메이저 대회 챔피언에 등극이었다. 네 살 때 '흙신' 라파엘 나달(37·스페인)이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운 소녀는 단숨에 폴란드의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다. 폴란드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고, 폴란드 팬들도 스타 탄생을 기뻐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 기계'처럼 훈련하는 동유럽 선수들과 달리 시비옹테크는 학업을 병행했다. 특히 수학 실력이 뛰어났다. 미적분, 벡터 함수 문제와 씨름했다. 테니스 경기 중 휴식 시간에도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2020년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를 든 19세 시비옹테크. AP=연합뉴스

2020년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를 든 19세 시비옹테크. AP=연합뉴스

대학 진학 대신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2021년부터 시비옹테크는 무섭게 성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조정 선수로 출전한 아버지 토마스 시비옹테크가 물려준 운동 능력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시비옹테크는 2022년 프랑스오픈과 US오픈을 석권했다. 지난해 4월부터 세계 1위를 한 번도 내주지 않으며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탑스핀(공의 뒤쪽을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긁어 치는 기술) 포핸드 평균 분당 회전 수(RPM)가 최고 3453까지 올랐다. 전성기 시절 나달(3500~3700 RPM)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은퇴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2·미국)의 후계자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그의 유일한 라이벌은 다른 종목에 있다. 폴란드 국적의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두 차례(2020, 21년) 선정된 레반도프스키는 2022~2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3골을 터뜨려 득점왕을 예약했다.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 운동 선수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를 세 차례(2015, 20, 21년) 수상했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가 첫 수상이었다. 영국 미러는 "시비옹테크가 레반도프스키를 넘어설 준비를 마쳤다"며 라이벌 관계를 조명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전을 관전한 레반도프스키(가운데)가 우승한 시비옹테크(왼쪽)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전을 관전한 레반도프스키(가운데)가 우승한 시비옹테크(왼쪽)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EPA=연합뉴스

실제로 시비옹테크-레반도프스키는 친남매 같은 사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뒤 우승한 시비옹테크에게 직접 축하를 건넸다. 평소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응원글을 올리는 등 친오빠처럼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시비옹테크는 레반도프스키의 응원에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프랑스오픈 승률 91%(22승2패)를 기록 중인 시비옹테크는 "이곳에서 뛴 경험이 많아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면서도 "과거 성적은 잊고 앞으로 치를 경기와 나 자신과의 싸움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는 루드. AP=연합뉴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는 루드. AP=연합뉴스

루드는 지난해 실력이 만개했다. 프랑스오픈과 US오픈 결승에 진출하며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른 최초의 노르웨이 출신 선수가 됐다. 비록 두 대회 모두 준우승했지만 세계 2위(2022년 9월)까지 오르며 '깜짝 스타'에서 벗어나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메이저 우승은 없다.

루드에게도 운동 DNA가 흐른다. 그의 아버지 크리스티안 루드는 노르웨이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였다. 세계 39위가 최고 기록이다. 루드가 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 노르웨이 선수 최고 랭킹 보유자였다. 크리스티안은 현재 루드의 코치를 맡고 있다.

루드(왼쪽)는 수퍼스타 나달의 제자다. EPA=연합뉴스

루드(왼쪽)는 수퍼스타 나달의 제자다. EPA=연합뉴스

루드는 나달이 고향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운영하는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 출신이다. 2017년부터 꾸준히 나달의 조언을 받으면서 훈련했다. 나달이 롤모델인 것도 당연하다. 그는 스승 나달처럼 클레이 코트에 특히 강하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선 나달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별명도 '클레이 스페셜리스트'다.

노르웨이 출신 축구 스타 홀란.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출신 축구 스타 홀란. AFP=연합뉴스

루드의 라이벌도 축구 선수다.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이끈 엘링 홀란(23)이다. 36골을 몰아쳐 EPL 단일 시즌 최다 골 신기록을 세운 '괴물 스트라이커'다. 실력도 인기도 '메날두(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뒤를 이을 수퍼스타로 꼽힌다.

루드는 "홀란은 노르웨이 최고 스포츠 스타"라고 치켜세우지만, 호시탐탐 '노르웨이 왕좌' 탈환을 노리고 있다. 루드는 "작년보다 팬이 늘었다. 그만큼 더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다시 한 번 결승에 오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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