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시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위급 안내문자가 잘못 발송되는 등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온라인상에선 시민들의 ‘대피 짐 인증샷’이 관심을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얼떨결에 짐을 싸긴 했는데 뭐부터 어떻게 싸야 할지, 이 짐을 들고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서울시에 31일 오전 6시 32분쯤 공습경보가 울리자 일부 시민들이 대피에 나선 모습. 가방에 각종 생필품을 챙겼다. 사진 트위터 캡처
이날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오전 7시 30분을 전후로 가방이나 여행용 가방에 물, 여권, 약품, 참치캔, 라면 등을 챙겨 넣은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게시자는 “안내방송에 온 가족이 일어나 일층까지뛰어 내려가던 찰나 대피하라는 문자를 확인하고 여행용 가방에 막 쓸어담았다”며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게시자는 “경계경보라길래 바로 짐을 쌌다”면서도 “나만 짐을 싼 것 같아 무안하다”고 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짐을 챙길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면서 실제 상황이면 뭐부터 챙겨야 할 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시 경보가 해제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피 짐' 인증샷.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오발령에 “무발령보단 낫다” vs “정확성 중요”
서울시엔 이날 오전 6시 32분쯤 공습경보를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약 1분가량 울렸다. 이어 6시 41분에는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됐다.
하지만 재난 문자 발송 22분가량이 지난 오전 7시 3분쯤 행정안전부는 해당 경보가 ‘오발령’이라는 문자를 발송했고 이어 7시 25분 서울시가 “경계경보가 해제됐다”는 문자를 재차 발송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무발령보단 오발령이 낫다”는 의견과 “오발령으로 인해 안보 불감증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대립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오발령이라고 뭐라 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할 안보 문제에 ‘아무 일도 없는데 경보가 왜 울리냐’는 식의 결과론적인 비판은 옳지 않다”며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경보를 울리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른 누리꾼은 “오발령 자체가 더 큰 안보불감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재난 경보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대피 안내 일본과 비교돼”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유된 일본 대피 안내 문자. 사진 트위터 캡처
이와는 별개로 서울시의 대피 문자 내용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현 주민들에게 내린 대피 문자와는 정보의 질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인 J얼러트를 통해 오키나와현 주민들에게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하라고 대피령을 내렸다.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피난하라”는 내용의 경보 발령 이유를 포함했다.
이어 9분 뒤엔 “북한에서 오전 6시 28분쯤 오키나와현 방향으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고 오전 7시 4분 “조금 전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우리나라(일본)에 날아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피 요청을 해제한다”고 발송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이러한 일본이 대피 문자를 올리며 “대피 문자 양식은 이게 맞는 것 같다. 무슨 상황인지도 안 써주면 사람들은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5800회 이상 공유됐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발사체 한 발을 쐈다. 이후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사 실패를 인정한 북한은 이른 시일 내 2차 발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