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로 브루호 인터브랜드 글로벌 최고 경영자가 25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은 디자인과 인테리어, 성능에서 이뤄낸 혁신 성과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멋지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또 다른 한국 브랜드로는 LG와 포스코, 아모레퍼시픽, 하이브 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곤잘로 부르호 인터브랜드 CEO 인터뷰
곤잘로 부르호(Gonzalo Brujó) 인터브랜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최근 한국 기업의 브랜드 진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인터브랜드는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회사로 매년 ‘세계 100대 브랜드’를 선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은 지난해 브랜드 가치 877억 달러(약 124조원)로 평가받으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에 이어 세계 5위 자리를 지켰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고 브랜드며 토요타‧코카콜라‧벤츠에 앞섰다. 현대차(35위)와 기아(87위)도 이름을 올렸다.
부르호 CEO는 스페인 출신으로 미국 휘튼칼리지를 졸업하고, 스페인 IE비즈니스스쿨, LVMH아카데미 교수 등을 지냈다. 지난해 인터브랜드 글로벌 CEO에 오른 뒤 이번이 국내 언론과 첫 인터뷰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한국 브랜드는.
“삼성과 현대차가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최근 3~4년 새 현지 시장에서 믿을 수 있고, 열심히 일하며 ‘언제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 국가 이미지와 기업 브랜드의 상관관계는.
“브랜딩에서 ‘국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한국인은 ‘책임을 다하는 프로’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인에 대한 이 같은 신뢰는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브랜드로서 한국은 곧 세계적으로 상당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다.”
- 미래가 기대되는 한국 브랜드는.
“LG와 포스코,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하이브 등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각각의 주력 분야에서 글로벌 톱 티어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같이 ‘플래그십 브랜드’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이오닉5. 현대차
- 더 많은 한국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고객의 일상 속에서 성취를 돕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브랜딩 중 하나로 꼽히는 나이키의 ‘Just Do It(그냥 해 봐)’ 슬로건은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간결하면서 강력한 메시지다. 장난감 회사인 레고도 미래에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에 공헌한다는 브랜딩을 창조했다. 단순히 특정 상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인류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좋은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
- 최근 한국 재계에 사명 교체 바람이 거세다.
“자동차나 정보기술 등에서 업(業)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만큼 대기업 계열사 시절 만들어진 이름에 갇혀있을 이유는 없다. 나이키나 테슬라, 구글은 처음 들었을 때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모르는 이름이다. 사명 변경은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게 아니라 회사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 구성원과 고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곤잘로 브루호 인터브랜드 글로벌 CEO(오른쪽)와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 대표가 25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편 인터브랜드는 2013년부터 한국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50대 기업을 선정해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1~5위는 삼성, 현대차, 기아, 네이버, SK텔레콤이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46위)과 오리온(47위), 두산에너빌리티(49위)는 올해 새롭게 리스트에 진입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는 “브랜드야말로 기업 입장에서 가장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며 “애플이나 구글, 삼성 같이 고객과 단단한 끈을 확보한 상위권 브랜드일수록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시된 첫 조사에서 회복력이 빨랐던 것은 물론, 절대적인 성장세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1위)와 현대차(2위)는 전년 대비 각각 19.9%, 16.5%의 브랜드 가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률에서도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