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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도 못 막은 ‘가계빚 1위’ 한국…기업 부채 증가 속도도 세계 4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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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이 2년 가까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의 가계 빚(부채)은 여전히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1위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넘어선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어 홍콩(95.1%), 태국(85.7%), 영국(81.6%), 미국(73%), 말레이시아(66.1%), 일본(65.2%), 중국(63.6%), 유로 지역(55.8%), 싱가포르(48.2%)순이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기업 부채는 오히려 더 늘었다.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분기 기준 118.4%. 홍콩(269%), 중국(163.7%), 싱가포르(12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1%포인트(115.3→118.4%) 불어났는데, 상승 폭도 34개국 중 4위로 높은 편이다.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지난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이 거꾸로 높아진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10개국뿐이다.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4.1%)은 22위로 중위권이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년6개월간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5%로 3%포인트 끌어올렸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 가계부채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이에 따라 전 금융권 가계대출 감소 폭은 지난해 4분기 6조8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8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자영업 위기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겹쳐 전례 없이 불어난 가계부채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가계부채 규모가 다시 증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늘었다. 4개월 만의 반등이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2000억원 불어나 2022년 8월 이후 8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늘어난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최근 1960∼2020년 39개 국가 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가계부채 증가가 GDP 성장률과 경기 침체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GDP 대비 가계신용(가계부채+카드대금 등 판매신용) 비율이 3년 누적치를 기준으로 1%포인트 오르면 4∼5년 시차를 두고 GDP 성장률은 0.25∼0.28%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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