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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버스정류장·도로명에서 ‘대우조선해양’ 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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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 서문’이라고 적혀 있는 거제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안대훈 기자

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 서문’이라고 적혀 있는 거제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안대훈 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옛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여의도 1.5배 규모인 490만㎡의 조선소 부지 안팎에서 단연 눈에 띈 건 노란색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4기였다. 높이 100m 이상, 폭 150m 안팎 크기를 자랑하는 ‘조선소 상징’이다. 초대형 선박 블록 등 900t급 중량물을 최고 91m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핵심 생산설비여서다. 압도적인 크기와 견인 능력으로 ‘골리앗 크레인’으로 불린다.

골리앗 크레인 4기엔 21년 전 가로 70m, 세로 10m 크기로 ‘DSME 대우조선해양’ 사명이 칠해졌었다. 현재 2기엔 이 사명이 지워진 상태다.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면서다. 새 주인을 맞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소 상징을 새 단장한 것이다.

옥포조선소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조선소 4개 출입구 간판, 신뢰관 정문 환영문구도 마찬가지다.

진회색의 근무복은 아직 그대로였지만, 직원들은 왼쪽 가슴 부근 회사 로고를 ‘Hanwha Ocean(한화오션)’으로 바꿔 달았다. 흡연장소·주차장·샤워장 등 사내 수십여종 안내판도 대우조선해양의 푸른색에서 한화그룹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바뀌고 있다. 사명 변경 작업은 이르면 8월 초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의 45년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됐다. 그간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 빅3’로 불리며 삼성중공업과 함께 거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만큼 거제 곳곳에는 대우조선해양 흔적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내 도로 안내판과 조선소 인근 12개의 시내버스 정류소엔 여전히 ‘대우조선해양’이 적혀 있다. 조선소 부지를 둘러싼 6.3㎞ 구간 도로의 명예도로명도 ‘대우조선해양로’다.

조만간 이들 역시 ‘한화오션’으로 바뀐다. 온라인 거제 버스정보시스템에선 이미 변경 작업이 이뤄졌다. 거제시는 명칭 변경이 필요한 각 면·동 지역의 도로 안내판 등을 조사 중이다. 명예도로명도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이견이 크게 없으면 7월쯤 ‘한화오션로(가칭)’로 공고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에 인수, 6개월 여 만에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권혁웅 한화오션 신임대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 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에서 39년째 근무 중인 도규환(57)씨는 “오너 기업에서는 빠른 결정으로 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지역사회가 한화오션의 새출발에 거는 기대도 크다. 거제에서 30여년을 살며 조선업 호황기를 경험했던 박모(63)씨는 “대우조선이 잘 나갈 땐 지역경기가 워낙 좋아 돈이 많이 돌았다”며 “‘지나가던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다시금 과거 영광 되찾길 바란다”고 회상했다.

조선소 인근에서 20년 가까이 횟집을 운영한 박현옥(53)씨는 “대우조선해양과 지역민들은 상생 관계”라며 “오랫동안 들었던 대우조선이란 이름이 사라져 아쉬운 맘은 들지만, 예전처럼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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