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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에 5만원 ‘금어’된 병어…초여름 별미에도 지갑 닫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초여름 별미인 병어가 제철을 맞았지만 한 마리에 5만원이 넘어가면서 이른바 ‘금어(金魚)’가 됐다.

전남 신안군수협 지도수산물판매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병어 30마리가 든 한 상자가 100만원에 위판됐다. 최근 한 상자에 70~80만원을 호가하던 위판가가 연휴가 되자 더 치솟았다. 신안군수협 관계자는 “이 정도 가격에 위판된 병어는 음식점 등에서 마리당 5만원은 받는다”며 “역대 최고로 비싸게 팔린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안군수협에 따르면 병어 어획량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올해 1~5월 병어 어획량은 3539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51상자보다 30%(1512상자)가량 줄었다. 2년 전인 2021년 같은 기간 5407상자보다는 34% 이상 감소했다.

산지 병어값이 치솟자 신안군수산물판매장 내 식당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 병어를 맛보기 위해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식당가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52)씨는 “평소 같으면 병어 손님으로 가득했을 가게가 올해는 점심 장사로 2~3개 팀을 받는 게 전부일 정도”라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는 “예년에는 관광버스와 차량 등이 몰려 병어를 상자째 사 가고 식당도 불야성을 이뤘는데 올해는 마리당 5만원이 넘어가니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어 최대 산지인 신안에서 잡히는 병어는 미네랄이 풍부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신안에는 질 좋은 갯벌이 많이 발달한 데다 빠른 물살 덕에 병어들의 운동량이 많아 살이 꽉 차오르고 비린내도 적다고 한다.

병어는 지방에서 ‘병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통 ‘치’ 자로 끝나는 생선은 쉽게 죽기에 횟집 수조에서 헤엄치는 병어를 보기는 쉽지가 않다. 덕분에 숙성회의 제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강점이다. 병어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돼 어린이나 노인, 환자의 원기 회복에 좋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병어를 편어(扁魚)로 소개한다. ‘입이 매우 작고 창백하며 단맛이 난다. 뼈가 연해 회나 구이, 국에도 좋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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