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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연루 CFD 손본다…대면확인, 실제 투자자 표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덕연 주가조작 의혹 사태’로 차액결제거래(CFD)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CFD 거래 요건을 강화하고, 거래 정보도 보다 정확하게 공개한다. 또 저유동성 종목은 아예 CFD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주가조작 비판에 CFD 대폭 손질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개최하고 ‘CFD 규제 보완방안’을 확정했다.

CFD는 라덕연 측이 주가조작의 주요 수단으로 썼다고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원래 CFD는 개인전문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2019년 11월 개인전문투자자 요건(투자 잔고 5억원→5000만원, 총자산 10억→5억원)을 대폭 낮추면서, 주가조작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CFD는 2.5배까지 ‘레버리지(가진 자본보다 더 많은 돈으로 투자하는 것)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 정보도 정확히 표시되지 않아 불공정거래 세력에게 악용되기 쉬웠다. 이 때문에 이번 제도개선은 ▶CFD 거래 요건 강화 ▶CFD 정보 투명성 ▶CFD 규제 형평성 및 리스크 관리 3분야에 초점이 맞춰 이뤄졌다.

CFD 하려면 반드시 대면 확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CFD 거래를 위해 일차적으로 거쳐야 하는 개인전문투자자 신청 및 심의는 앞으로 반드시 대면 확인(영상통화 포함)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뀐다. 그동안 개인전문투자자는 비대면으로 신청이 이뤄지면서, CFD 같은 고위험 상품의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증권사는 앞으로 개인전문투자자 신청 시 대면 설명을 해야 할 뿐 아니라, 2년마다 요건이 충족되는지도 역시 대면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 증권사가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을 유도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체의 권유도 금지된다.

다만 개인전문투자자 요건 자체는 강화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CFD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별도 요건을 신설한다. 예를 들어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을 받았다고 해도 고위험 상품에 대한 충분한 투자 경험(예: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평균잔고 3억원 이상)이 없으면 CFD 거래를 제한한다. 이러한 요건도 반드시 대면 확인을 거치도록 제도를 바꾼다.

증권사 아닌 CFD 실제 거래자 공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CFD 투자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는 것도 이번 제도 개선의 주안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CFD 실제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96.5%)이다. 하지만 거래 정보는 CFD 주문을 내는 증권사로 표시된다. 국내 증권사의 CFD면 기관으로, 외국 증권사의 CFD면 외국인이 거래한 것처럼 표시가 된다. 주식 시장에서 기관·외국인 투자가 늘면 호재로 인식된다. 라덕연 측도 이런 CFD 익명성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런 시장 참여자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앞으로 CFD 거래 시 증권사가 아닌 실제 투자자를 표기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 CFD도 신용융자와 마찬가지로 전체 및 개별종목별 잔고를 공시하게 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CFD 레버리지 잔고를 확인할 수 있어, 라덕연 사태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대매매 위험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저유동성 종목엔 CFD 금지

이 밖에 금융당국은 신용융자제도와 동일하게 CFD를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하기로 했다. 증권사는 신용융자 한도를 자기자본 규모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CFD는 이 한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과도하게 CFD를 확대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또 금융당국은 ‘CFD 취급 관련 모범규준’을 마련해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CFD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실제 라덕연 측은 주식 거래량이 거의 없는 일부 중소 지주사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공매도와 유사한 CFD매도에 대해, 공매도처럼 잔고 보고 의무 및 유상증자 참여 제한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올해 3분기 중 국회에 제출한다.

금융당국은 이날 발표한 규제보완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때까지 3개월간 개인전문투자자의 신규 CFD 거래를 제한할 것을 각 증권사에 권고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진 증권사부터 신규 CFD 거래를 허용할 방침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불공정거래로 인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와 관계기관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제기된 문제점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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