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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 비상구 연 30대, 항공보안법 위반 구속…“아이들에 죄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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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항공기 비상구 출입문을 연 이모(33)씨가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항공기 비상구 출입문을 연 이모(33)씨가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제주공항발 아시아나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대구공항 착륙 직전 213m 상공에서 비상구 문을 연 이모(33)씨가 28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오후 대구지법은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이날 “아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항공보안법 23조에 따르면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탈출구·기기를 조작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씨는 제주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비상구 좌석을 안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상구 좌석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씨는 당초 본인이 원해 비상구 좌석을 얻은 것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원래 비상구 좌석은 일반석보다 다리 간격이 16㎝ 이상 넓어 추가금을 더 주고 구매하기도 하는데 당시 항공기는 거의 만석이었고, 비상구 좌석만 비어 있어 일반석 탑승권을 구매한 이씨에게 해당 좌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 측은 이씨에게 “비상구 좌석을 사용하겠느냐”고 묻는 동시에 비상구 좌석 제한 규정을 설명했고, 이씨가 이에 동의해 비상구 좌석 탑승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한 승무원이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안전바를 내리고 비상문을 지키고 서 있다. 비상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작동해 에어백처럼 펼쳐지게 돼 있는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아랫부분)도 착륙 과정에서 파손됐다. [뉴스1]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한 승무원이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안전바를 내리고 비상문을 지키고 서 있다. 비상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작동해 에어백처럼 펼쳐지게 돼 있는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아랫부분)도 착륙 과정에서 파손됐다. [뉴스1]

아시아나 ‘비상구 좌석 배정 제한 규정’에 따르면 체력 또는 양팔이나 두 손, 양다리의 민첩성이 비상문을 여는 등 비상시 탈출을 수행하기에 충분치 않은 승객, 만 15세 미만이거나 비상탈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승객, 비상시 승객을 도와 탈출할 의사가 없는 승객 등이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는 데 제한을 받는다.

아시아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분간 문제의 비상구 좌석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승객 정신 상태나 정신병력 등을 알 수 없는 채 승객 동의만으로 비상구 좌석에 앉을 수 있다는 허점이 드러나면서다. 이씨가 탄 에어버스 A321-200 31A 좌석은 앉은 상태에서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비상구 문을 열 수 있다고 항공사 측은 전했다.

승객이 항공기 출입문을 열거나 열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9월 인천공항을 떠나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던 아시아나 여객기는 한 승객이 출입문을 열려고 하는 바람에 회항했다. 당시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에러’ 메시지로 인해 인천공항으로 돌아갔다. 2017년 인천공항에서 베트남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항공기 출입문이 열려 두 시간 넘도록 이륙이 지연된 사고도 있었다.

한편 이날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전국소년체전 참가 학생 48명 중 5명이 지도자와 함께 29일 여수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통해 제주도로 돌아간다. 이들이 항공기 탑승에 불안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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