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을 떠나 대구공항으로 향한 아시아나 항공기가 한 승객의 돌발행동으로 출입문을 연 채 비행한 사고와 관련해 탑승객들의 다양한 현장 경험담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사고가 난 아시아나 OZ8124편에 탑승했던 A씨는 대구MBC와의 인터뷰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다”며 “(출입문이 열린 순간) ‘뻥’ 하는 소리가 나길래 엔진이나 꼬리 쪽이 폭발한 줄 알았다”고 했다.
사고는 기체 중간에 있는 출입문에서 일어났다. 진행 방향으로 기체 왼쪽에 위치한 문이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 따르면 비행기 안에서는 좌석 위치에 따라 항공기 문이 열린 이후 상황이 크게 달랐다. 출입문이 열린 곳 근처에서는 의자 덮개가 펄럭일 정도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친다. 개방된 문 옆 좌석의 승객은 빨려 나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찍고 있는 기체 앞부분은 평온한 모습이다. 의자 덮개도 펄럭거리지 않는다. 또 영상에 찍힌 기체 앞 부분의 승객은 두리번거리면서 상황을 살필 정도로 여유가 있다.
A씨는“아는 일행이 앞에 탔다. 맨 앞에서는 뒷좌석 승객들이 난동을 부려 난리가 난 줄 알았다고 한다. 뭔가 싶어 가려니까 승무원이 제지했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맨 앞부분에서는 한동안 뒤에서 일어난 상황을 알기 힘들었고,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험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의 좌석이 어느 쪽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추정하면, 개방된 문과는 다소 떨어진 기체 뒷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승무원의) 조치가 없었다. 비상문 안 닫으면 착륙이 어렵겠다고 생각해 나라도 닫아야 하나 했다”며 “(승무원은) 겁에 질려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했다. 이미 문이 열린 상황에서 안전을 고려해 자리에 앉아 상황을 주시하며 걱정하고 있는 승무원의 모습을 A씨는“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A씨는 그러면서 “우리 쪽은 완전 비명 지르고 난리였다. 무사히 착륙했을 때는 막 박수치고 기도하고 그랬다. 완전히 재난 영화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A씨의 증언에 대해 같은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또 다른 탑승객이라고 밝힌 B씨는 댓글로 다른 상황을 전했다.
B씨는 “(사고 당시 기내)영상 원본 촬영자이자 문 연 승객 잡았던 남성 승객 3명 중 한 사람”이라며 “인터뷰한 분 진짜 그때 당시에 움직였나. 피의자 압박할 때 여성 승무원들 포함 남성 승객 3명, 복도에서 대기하던 2명 빼고 전부 다 자리 지켰다”고 했다. 또 그는 “거짓말하지 마라. 랜딩하고 손뼉 치고 난리 났다는데 놀라서 다 조용히 내렸다”고 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었기에 각자가 처한 상황과 위치에 따라 다른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비행 중에는 안전벨트를 매고 착석해 있는 것이 최대 안전조치다. 무리하게 비상구를 닫으려 하는 것은 더 큰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승무원들은 안전 방송을 하고 각자 구역에서도 손님들에게 안전벨트 매고 착석해 있을 것을 지속해서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날 항공기 문을 돌발적으로 열어 위기를 초래한 30대 남성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승무원들은 착륙 직후 승객 3명과 함께 항공기 문을 연 남성 승객을 제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9명이 과호흡 등의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착륙 전 모든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던 상황이라 추락한 승객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