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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곧 소통강화 나선다…그럼에도 이재명은 안 만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내치(內治)의 시간이 왔다. 12년 만에 이뤄진 미국 국빈 방문과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 최근 적극적인 외교 행보에 이어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일단락하면서다.

이번 내치의 컨셉은 소통 강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대국회, 대언론과의 소통 강화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양당 원내대표 및 이달 말 새로 선출될 상임위원장단과의 회동을 요청받고 수락 의사를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계획에 대해 “여러분과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그런 기자 간담회” 등을 언급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입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입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여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만남은 ‘영수(領袖)회담’으로도 불리며 정국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계기가 되곤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아직까지 이 대표와 회동을 가진 적이 없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내에선 반대 목소리가 더 크다. 무엇보다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던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엄연히 당정이 분리돼 있다”며 “여당 대표가 따로 있는 현실에서 협치의 중심은 여야 정당 대표 및 원내대표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타협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 사이의 대화를 중심에 두지 않은 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이 마치 협치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미다. 대통령은 행정 수반으로서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회’와 소통하는 것이 국민통합에도 바람직하다는 게 대통령실 내 주류의 생각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윤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이어 지난 3월 대장동·성남FC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밖에도 서울중앙지검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수원지검은 쌍방울 대북 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협치라는 명분으로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그 자체가 그동안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지난 5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누리호 3차 발사를 함께 시청하기로 했던 초중고생 50여 명과 함께 대통령실 2층 집무실과 접견실, 확대회의장 등을 둘러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실

지난 5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누리호 3차 발사를 함께 시청하기로 했던 초중고생 50여 명과 함께 대통령실 2층 집무실과 접견실, 확대회의장 등을 둘러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실

최근 야당 주도의 입법 강행도 회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주요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바로 본회의 직회부하는 방안을 관철하고, 이어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법안 중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회담을 제안하기에 앞서 입법 폭주를 멈추고, 여당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부터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야 한다는 ‘현실론’을 언급하는 참모들도 있다. 익명을 원한 윤 대통령의 한 참모는 “주요 국정과제를 입법화하기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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