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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겠다"던 위성 못 쏘고…'누리호 성공'에 더 복잡해진 北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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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3차 발사에서 실용급 위성을 계획한 궤도에 안착시키며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의 반열에 오른 가운데 북한은 26일 오전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수차례 공언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 한국의 누리호 성공을 바라보는 속내가 편치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정은이 위성발사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발사에 실패할 경우 '최고존엄의 영상(이미지)'에 생채기를 낼 수 있는 데다 유일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군사 분야 조차도 한국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이날 오전 노동신문ㆍ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는 물론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에서도 남측의 누리호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위성 준비와 관련한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하고 완성된 위성의 실물까지 공개하며 위성 발사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발사까지는 최소 3~4주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누리호 발사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위성발사와 관련한 지시를 내리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위성발사와 관련한 지시를 내리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실제 북한은 이전에도 한국의 누리호 발사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누리호 발사 당시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7년 전 자체 개발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며 발사했던 '광명성 4호' 관련 영상물을 방영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2021년에는 누리호 발사 이틀 전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며 군사위협 수위를 높이는 한편 대외 선전용 매체를 통해 누리호를 "실패작"이라 부르며 깎아내렸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김정은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분야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 16일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것은 조성된 국가의 안전 환경으로부터 출발한 절박한 요구"라며 "미제와 남조선 괴뢰 악당들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이 발악적으로 가증될수록 이를 철저히 억제하고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주권과 정당방위권 당당히 더욱 공세적으로 행사될 것"이라고 밝히며 위성 발사가 한·미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만약 이번에 위성 발사에 실패할 경우 김정은의 리더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를 발사한 2021년 10월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하던 2016년 당시 장면으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사랑의 금방석'을 상영했다. 사진은 영상에 삽입된 광명성 4호의 발사 장면.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를 발사한 2021년 10월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하던 2016년 당시 장면으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사랑의 금방석'을 상영했다. 사진은 영상에 삽입된 광명성 4호의 발사 장면.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위성발사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성공 위해 모든 역량 집중할 것"이라며 "한국의 위성기술이 앞서 있는 것이 입증된 만큼 정치적 효과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 달성 위한 기술적 완성과 기상상황을 발사일정에 우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의 이런 복잡한 속내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압박 원칙을 밝혔음에도 강하게 반발하지 않는 모습에서도 읽힌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한·미·일의 미사일 정보공유나 한·유럽연합(EU) 간의 대북공조와 관련해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외무성 등 당국 차원의 대응이 아닌 국제문제평론가 개인 명의의 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한·미가 압도적인 전력을 통해 확장억제를 강화해 나가는 것에 대해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북한의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북한이 당장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집중하면서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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