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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글로벌 아이

전술의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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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히로시마 선언은 어떻게 중국과 관계 맺을 것인가를 ‘파트너’ 국가들과 깊이 상의한 결과다. 지난 2년 반의 시간을 통해 핵심 이슈에서 일치된 결론을 얻었다. 간단한 일차원적인 정책이 아니다. 진정 중요한 나라(중국)와 복잡한 관계를 맺기 위한 다차원의 복잡한 정책이다.”

지난 20일 제이크 설리번(47)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히로시마에서 말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의 키워드다. G7, 쿼드, 오커스, 파이브 아이즈, 한·미·일까지 중국을 견제할 합종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설리번이 중국 다루기의 복잡함을 인정했다. 과거 진(秦)의 굴기(崛起)를 저지했던 외교가 소진(蘇秦)의 마음가짐 역시 비슷했다.

G7이 중국에 노회한 접근법으로 무장했다. 지난해 독일 엘마우 G7 선언과 일본 히로시마 선언은 ‘글로벌 웨스트’의 중국 전략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니컬러스 번스 미국 대사(오른쪽)가 셰펑 신임 중국 대사(왼쪽)의 환송연을 마련했다. [트위터 캡처]

니컬러스 번스 미국 대사(오른쪽)가 셰펑 신임 중국 대사(왼쪽)의 환송연을 마련했다. [트위터 캡처]

우선 성명 분량. 영문 28페이지에서 40페이지로 늘었다. ‘중국’은 14회에서 20회로 늘었다. ‘민주주의·민주국가·민주적’이란 단어는 23회에서 18회로 줄었다. ‘법의 지배’는 4회에서 6회로, 유엔헌장이 1회에서 5회로 늘며 규칙 기반을 강조했다. 1년 전 36회 등장했던 ‘파트너’가 66회로 대폭 늘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브라질·베트남 등 ‘동반자’ 국가와 연대가 필수인 다차원의 시대로 이행했다는 방증이다. G2만의 시대가 아니다.

중국을 상대하는 방식도 입체화됐다. 지난해 없던 ‘하나의 중국’이 포함됐다. 중국을 배려했다.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명시했다.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제거)이라고 못 박았다.

미·중의 행보도 달라졌다. 지난 8일 중국의 외교부장과 상무부장이 함께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를 만났다. 이어 미·중 외교 사령탑인 설리번과 왕이(王毅)가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8시간 회동했다.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해빙(thaw)’을 말했다. 같은 날 번스 대사는 청두(成都)에 도착했다고 트위터에 알렸다. 2020년 휴스턴과 함께 총영사관을 상호 폐쇄했던 도시다. 미국 총영사관 재개관설이 나온다.

중국 역시 변했다. 23일 5개월여 공석이던 주미 대사에 셰펑(謝峰) 부부장(차관)이 부임했다. 류젠차오(劉建超) 대외연락부장은 이날 미·중 정당 대화에 참석했다. 번스 대사는 셰 대사와 지난 14개월 동안 23번 만났다고 공개했다.

한국 내 담론은 여전히 친미·친중, 공중증(恐中症)에 머문다. 이제 전술이 절실한 시간이다. 중국을 상대할 필드 매뉴얼부터 축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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