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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타다, 퍼스트클래스 탄 기분"…누리호, 우주 G7 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3, 2, 1 발사, 쿠와와왕-.’

25일 오후 6시24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시뻘건 불길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누리호가 지나간 자리엔 하얀 뭉개 연기가 피어났고, 구름꼬리만 남긴 채 곧바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18분58초, 짧지만 긴 여정이다. 오후 6시42분 누리호 비행 종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현장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50분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독자 개발한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NEXTSAT-2)와 큐브위성 6기의 정상 분리가 확인됐으며, 도요샛 4기 중 1기는 사출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에 대해 “우리나라가 우주강국 G7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하여 우주 궤도에 올린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밖에 없다”며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우주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3차 발사에선 지난 1·2차와 달리 실용급 위성 등 8기(주탑재위성 1기, 큐브위성 7기)를 정확한 우주 궤도에 올려야 하는 특급 임무가 주어졌다. 누리호가 최종 목표 고도인 550㎞에 도달하자 소형위성과 큐브위성 사출을 시작했다. 오후 6시 37분 소형위성 2호(NEXTSAT-2)이 분리됐고, 이후 20초 간격으로 국내 민간기업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제작한 큐브위성을 우주 공간에 뱉어냈다.

NEXTSAT-2의 임무 수명은 2년으로, 고도 550㎞ 태양동기궤도에서 국산 소형 X-대역 영상레이더(SAR)를 활용해 지구를 관측하고, 우주 방사선과 우주 폭풍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는다. 오후 7시7분, 남극 세종기지에서 NEXTSAT-2의 비콘신호(위성에서 주기적으로 지상으로 보내는 고유의 식별 신호)가 수신됐다.

NEXTSAT-2 제작을 총괄한 한재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소장은 국산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보낸 소감을 묻자 "이코노미클래스를 타고 다녔는데 퍼스트클래스를 탄 기분"이라며 "연구소에서 10번째 만든 위성인데,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위성을 쏠 수 있어 모든 과정이 이전보다 편했다"고 말했다.

부탑재위성은 우주 날씨 관측, 우주 방사능량 측정 등의 임무를 갖고 있다. 위성의 최종 교신 결과는 26일 오전 11시 발표된다.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5일 오후 6시 24분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날 발사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발사 6시간 전인 오후 12시24분 발사 운용 절차에 돌입해 오후 5시16분 연료·산화제 충전을 마무리됐으며, 오후 5시38분엔 누리호를 붙잡고 있던 발사체 기립 장치 연결을 모두 풀었다. 준비 과정은 예정 시간보다 15분가량 빠르게 진행됐다.

오후 6시11분 누리호 발사전 준비 점검이 완료되며 우주로 솟을 모든 준비가 끝났다. 발사 10분 전인 오후 6시14분 ‘발사 자동 운용’(PLO) 명령이 하달되자, 본격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년 같은’ 10분이 흘러간 뒤 누리호는 하늘로 솟아올랐다. 연구진도 국민도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었다. 누리호는 이륙 후 계획시간에 맞춰 단 분리, 위성 사출을 끝낸 뒤 우주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전날인 24일 오후로 예정돼 있었지만, 발사 2시간여를 앞두고 소프트웨어(SW) 문제가 발견돼 발사를 연기됐다. 누리호엔 산화제 냉각을 위한 헬륨이 들어가는데, 공급 장치를 분리하도록 압력을 빼주는 해압밸브가 자동으로 구동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밤샘 작업을 이어갔다. 발사대의 헬륨 저장탱크와 지상장비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PLC)에서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SW 수정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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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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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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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성 사출을 계기로 누리호는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국산 민간위성 중 우주로 가려는 ‘손님’이 더 늘어나고, 발사체 산업 생태계가 커질 것으로 보여서다. 이번 발사엔 1·2차와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체계 기업으로 참여했다. 정부는 6차까지 예정된 누리호 후속 발사를 체계 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4차 발사부터 점차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판 스페이스X’로 성장할 수 있는 텃밭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우주 기술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발사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향후 경제성을 갖춰 독자적인 우주 개발 능력을 보유하게 하는 게 숙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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