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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비 두달 1200만원” 삼둥이 엄마의 비명이 들리나요

중앙일보

입력

보건복지부의 25일 난임·다태아 임산부 현장간담회. 사진 복지부

보건복지부의 25일 난임·다태아 임산부 현장간담회. 사진 복지부

“다둥이(다태아)에 대한 산후도우미 지원 기간을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25일이 최장인데 너무 짧은 거 같아요. 그 뒤엔 시터(육아도우미)를 최저로 구했는데 한 사람당 300만원이 들고 두 명은 써야 하니까 두 달 동안 1200만원을 썼습니다.”

25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보건의료정보원 11층 대회의실. 난임 시술을 통해 세쌍둥이를 지난해 12월 낳은 김은미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5일 다둥이 산후도우미 지원 기간 부족하죠. 얼마나 부족한가요”라고 물었다.  김씨는 “확실한 건 지금은 너무 짧다”고 답했다. 다른 다둥이 엄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격공(격하게 공감)’했다. 김씨는 “정부의 아이 돌보미 사업이나 지자체의 난임 시술 지원 사업은 소득 기준에 걸려 혜택을 받지 못했다”라며 “다둥이 가정에는 소득 기준을 완화해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난임 혜택 못 받은 다둥이 임산부들 “소득 기준 없애달라”

보건복지부의 25일 난임·다태아 임산부 현장간담회. 사진 복지부

보건복지부의 25일 난임·다태아 임산부 현장간담회. 사진 복지부

복지부는 이날 오후 난임·다둥이(다태아) 임산부, 의료계 전문가, 김완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과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난임·다둥이 엄마들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는 ‘임신·출산·육아’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찍으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난임 여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더 거세졌다. 간담회에는 난임·다둥이 임산부 6명이 참석했고, 임신·육아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10여명이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간담회를 지켜봤다.

국내 최초로 네쌍둥이 초산 자연분만에 성공한 차지혜씨는 “사는 곳마다 받는 혜택이 달라서 같은 다둥이 엄마지만 누구는 혜택을 못 받고 누구는 받는 일들이 발생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서울시의 ‘임산부 교통비 지원사업’(70만 원)은 서울에만 살아야 받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좋은 정책은 정부가 통일하면 여성들이 맘 편하게 임신·출산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다둥이 엄마들 사이에서는 “다태아는 대체로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나는데 비급여 항목이 너무 많아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여성에게 부담된다” “지원 기준이 단태아·다태아로 이원화돼 있어서 정책이 세심하지 못하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왼쪽)과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자리했다. 사진 복지부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왼쪽)과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자리했다. 사진 복지부

이날 국내 최고의 다둥이 분만 전문가로 꼽히는 전종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참석했다. 전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접근할 때 나락(벼)을 줍는다는 느낌으로 다가가야 한다”라며 “삼태아(세쌍둥이)는 국내에서 100~150가족 정도가 매년 태어나 숫자도 드물어 그들을 다 지원한다고 해서 국가에서 큰 재정적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둥이를 임신하면 병원에서 100% 한 명을 유산시키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낳은 분들입니다. 아기를 낳으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을 정부가 도와주는 게 저출산 정책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교수의 말이다.

미숙아 전문인 김이경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다둥이들은 이른둥이로 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태어난 아이를 건강히 돌볼 수 있는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관련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오는 6~7월쯤 다둥이 임신·출산·양육 지원 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차관은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소중한 임신·출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지원을 정비해 체감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40세 이상 난임 시술 5년간 56% 증가

최근 5년간 난임 시술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5일 발표한 최근 5년간(2018~2022) 난임 시술과 불임 현황에 따르면 난임 시술 환자는 2018년 12만1038명에서 2022년 14만458명으로 16.0%(연평균 3.8%) 늘었다. 전체 불임 치료 환자 수도 2018년 22만7922명에서 지난해 23만8601명으로 4.7%(연평균 1.2%) 증가했다.

난임 시술은 남성이 14.3%, 여성이 17.5% 늘었다. 1인당 진료비는 지난해 184만4354원으로 5년간 44.8% 증가했고, 총진료비도 68.0% 늘어났다. 난임 시술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는 35∼39세(39.2%), 30∼34세(27.5%), 40∼44세(26.0%) 순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을 살펴봤을 때 40대 이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난임 시술을 받은 40세 이상 환자는 4만7401명이었는데, 이는 2018년 3만348명보다 약 56% 늘어난 수치다. 전종관 교수는 “출산 연령과 난임 시술 증가로 고위험 임신 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촘촘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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