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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文 정부 중단된 화력 훈련…6년 만에 최대 규모로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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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중대장, 상급부대로부터 공격 명령이 하달됐다. 전 부대원은 신속히 공격해 목표를 탈취해라. 이상!”

25일 오후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이 같은 음성이 흘러나오자 전차, 전투기가 동시다발로 구릉 위 여러 표적에 포탄을 내리 꽂았다. 굉음에 귀가 멍멍해지면서 현기증이 느껴질 때쯤 표적을 보니 검은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말 그대로 쑥대밭인 상태였다.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포병 화력에 의해 적 진지가 초토화되는 모습. 국방부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포병 화력에 의해 적 진지가 초토화되는 모습. 국방부

6년 만에 돌아온 '화력격멸훈련'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MLRS(M270, 다련장로켓)를 이용해 동시통합사격으로 진지를 초토화하고 있다. 국방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MLRS(M270, 다련장로켓)를 이용해 동시통합사격으로 진지를 초토화하고 있다. 국방부

한·미의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의 한 장면이다. 2017년 4월을 마지막으로 6년 만에 열린 훈련이 이날 역대 최대 규모로 돌아왔다. K2 흑표 전차·K21 장갑차 등 기동 전력 400여 대, 천무·구룡·K9 자주포 등 포병 전력 110여 대, F-35A·F-15K·F-16·A-10·코브라·아파치 등 공중 전력 80여 대 등 모두 610여 대의 장비와 2500여 명 장병이 참가했다. 앞서 최대 규모로 열렸던 2015년 8월 훈련에선 장병 2000여 명과 장비 318대가 참가한 바 있다.

이날 훈련은 북한이 장사정포로 불법 침략을 감행했다는 시나리오로 시작했다. 즉각 대응에 나선 군은 가장 먼저 KF-16, FA-50 전투기 각각 3대를 동원해 표적에 항공탄을 떨어뜨렸다. 포병은 전투기가 쓸고 지나간 지역을 K9 자주포로 초토화했다.

북한 장사정포 공격 시나리오에 지상, 공중에서 맹공

북한은 일반전초(GOP) 일대에서 끈질기게 공격을 이어갔다. 산발적인 적의 기습 공격에 실력을 발휘한 건 정찰드론 20대였다. 정찰드론이 핵심 표적을 파악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폭드론이 목표 지점을 향해 돌진했다. 10㎞의 작전 반경에서 오차 범위 1m 이내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자폭드론이 공식 훈련을 통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압도적 힘에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K2 전차가 전방으로 기동하며 식별된 적 전차에 대해 사격을 실시하는 모습. 국방부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압도적 힘에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K2 전차가 전방으로 기동하며 식별된 적 전차에 대해 사격을 실시하는 모습. 국방부

이어 통합화력운용이 실시됐다. K2, 비호복합, 천호 등이 관람석 바로 앞에서 포탄을 내뿜는 것과 동시에 아파치, 코브라 등 헬기 전력이 어느새 나타나 미사일을 퍼부었다. 땅이 흔들리고 사방에서 재가 흩날렸다.

반격 작전 전환…도입 후 처음 공개 훈련에서 무력 과시한 F-35A

북한의 공격을 ‘격퇴’한 뒤 작전은 ‘반격’으로 전환됐다. 일명 ‘불굴의 자유 작전’이다. 북한 후방까지를 포함해 모든 위협을 궤멸한다는 목적이다.

E-737 피스아이 조기경보 통제기, RF-16 새매 정찰기가 먼저 나서 적의 방어체계를 파악했다. 군단급 무인항공기(UAV)는 적의 핵심표적을 탐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했다. 이후 김정은 정권이 민감해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3대가 우측 상공에서 등장하더니 화려한 기동을 선보이며 플레어 탄을 발사했다. 2019년 3월 도입된 F-35A가 처음으로 공개 훈련에서 실제 무력을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F-35A(Freedom Knightㆍ프리덤 나이트)가 공중기동하며 플레어를 발사하는 모습. 국방부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F-35A(Freedom Knightㆍ프리덤 나이트)가 공중기동하며 플레어를 발사하는 모습. 국방부

이어 유·무인 기반 장애물 개척 전차 등은 길을 냈고 장갑차 부대들이 북으로 향했다. 그사이 공중 전력과 포병 전력은 쉴새 없이 엄호 사격을 펼쳤다.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군단 특공연대가 헬기에서 강습하고, 기계화 부대가 목표 지점을 장악하면서 훈련은 승리로 마무리됐다. 부대원들은 공중에 녹색 신호탄과 12개 포탄을 V자로 쏘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훈련 로키(low-key) 기조 완전 폐기

이날 훈련은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라는 슬로건을 내건 데서 알 수 있듯 군의 강력한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 방점을 뒀다. 군 관계자는 “실제 구체적 작전계획에 따른 훈련은 엄격한 보안 속에서 실시된다”며 “이번 훈련은 우리 군의 위용을 대·내외에 뽐내면서 대북 억지력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우리 포병부대가 지연신관을 이용해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한 승리의 'V'자 사격을 하는 모습. 국방부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우리 포병부대가 지연신관을 이용해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한 승리의 'V'자 사격을 하는 모습. 국방부

보통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한 차례 이상 실시되곤 했던 해당 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엔 열리지 않았다. 여기엔 대북 유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각종 훈련의 홍보를 최소화했고, 한·미 연합훈련 역시 연대급 이상 대규모 훈련은 양국이 따로 실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대규모 한·미 실기동 야외 훈련을 재개했다. 이어 화력격멸훈련을 역대 최대로 6년 만에 다시 실시하면서 군사훈련의 로키(low-key) 기조를 완전히 폐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이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상대방 선의에 의한 가짜 평화”라고 실패로 규정한 뒤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를 주문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휴전선에서 불과 약 25㎞ 떨어진 훈련장에서 북한을 직접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의 훈련을 실시한 만큼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우리 전선에서 불과 몇㎞ 떨어진 지역에서 광란적으로 벌려놓고 총포성을 울리려는 데 대해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발을 시사했다.

군 당국은 해당 훈련을 6월 2·7·12·15일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추가로 진행한다. 매 훈련 300여 명의 국민참관단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날 훈련을 지휘한 김성민 육군 5군단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시행된 화력격멸훈련을 통해 국민께서도 우리 군의 위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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