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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형 휠체어 장애인은 못타는 장애인택시...헌재 "평등권 침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영주차장에 장애인콜택시가 주차돼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영주차장에 장애인콜택시가 주차돼 있다. 뉴스1

장애인택시에 일반 휠체어 탑승자만 탈 수 있게 한 시행규칙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5일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장애인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에 고정 장치와 안전띠 등을 설치하도록 하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일부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표준휠체어(앉아서 타는 휠체어)만을 기준으로 특별교통수단에 장착해야 할 휠체어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여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중지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특별교통수단 아니면 사실상 이동 불가능”

헌재는 “이는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교통수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침대형 휠체어를 쓰는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표준휠체어를 쓰는 장애인보다 장애의 정도가 심해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등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장애인 택시가 아니면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에서 한 시민이 서울시설공단 장애인 콜택시에 탑승하고 있다.뉴스1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에서 한 시민이 서울시설공단 장애인 콜택시에 탑승하고 있다.뉴스1

장애인 택시의 설비 안전 기준을 새로 정하는 게 국가에 과도한 재정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는 점도 거론됐다. 헌재는 “국토부장관은 특별교통수단에 장착될 휠체어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규정하기만 하면 된다”며 “어떤 휠체어를 기준으로 고정설비를 얼마나 장착할 건지는 특별교통수단 운행 주체가 재정 상황, 관내 장애인의 수 등을 고려해 정할 문제”라고 했다. 또 헌재는 “국가는 특별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의 개발, 장착되는 휠체어 탑승설비의 표준모델 개발 등에 관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할 의무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헌재는 특히 서울시가 2020년 4월부터 침대형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특수형 구조차량을 운행하다가 안전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운행이 중단됐던 사례를 들며 “안전기준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발표한 ‘4차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에서 침대형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별교통수단 차량을 다양화하는 걸 정책 과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 3월부터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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