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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대박' 엔비디아 게 섯거라…AI 반도체 뛰어든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2024년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액 7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2024년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액 7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반도체 불황에도 최근 엔비디아의 독주는 멈출 줄 모른다. 챗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고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승승장구에 빅테크 기업부터 국내 토종 기업이 AI 반도체를 내놓으며 ‘반(反)엔비디아’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AI 열풍 등 업고, 독주하는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2024년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 71억9000만 달러(약 9조5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직전 분기보다 19% 증가했으며, 월가의 추정치(65억20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예상 밖의 호실적)였다. 순이익도 20억4300만 달러(약 2조7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해 26% 늘었다.

앞으로 전망은 더 밝다. 이날 엔비디아 측은 2분기 예상 매출을 시장 전망치(71억5000만 달러)의 50% 이상 웃도는 11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 중”이라며 “급증하는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급을 크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현재 고객 수는 4만 곳 이상이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7% 폭등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2배 이상 증가하며 시가총액이 9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시총의 약 3배다. 반도체회사로는 처음으로 ‘1조 달러 클럽’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시총 1조 달러 이상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업체다. 생성형 AI를 위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 개발하려면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줄 GPU가 필요한데, 엔비디아의 칩이 여기에 최적화돼 있다. 전체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69% 정도지만, AI 개발에 이용되는 GPU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시스템 하나를 구축하는 데만도 수천 개의 엔비디아 제품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GPU가 고성능인 것에 더해 개발자들을 위한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기에 AI 개발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엔비디아를 찾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동영상 처리 작업을 지원하는 자체 설계 반도체 칩 MSVP(Meta Scalable Video Processor)와 AI 관련 작업을 지원하는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동영상 처리 작업을 지원하는 자체 설계 반도체 칩 MSVP(Meta Scalable Video Processor)와 AI 관련 작업을 지원하는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메타·MS·구글 “엔비디아 독주 막아라”

이러한 엔비디아의 독주에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효율성을 높인 칩으로 엔비디아 GPU를 대체하겠다는 복안이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동영상 처리 작업을 지원하는 자체 설계 반도체 칩 ‘MSVP’와 AI 관련 작업을 지원하는 ‘MTIA’를 공개했다. MTIA는 이미 훈련된 AI 모델이 예측하거나 행동을 취할 때 추론을 지원한다. 두 칩은 메타가 자체 개발한 AI 개발 소프트웨어 ‘파이토치’에 접목돼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을 만드는 생성형 AI 관련 작업에 이용될 예정이다. 제조는 TSMC가 맡는다.

MS는 AMD와 협력해 AI 추론 전용 칩인 ‘아테나’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오픈AI와 협력해 아테나를 기반으로 GPT-4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구글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인 텐서 프로세스 유닛(TPU)과 스마트폰용 텐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애플은 다음 달 열리는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3’ 행사에서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칩 ‘M3’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GPU보다 효율성이 높은 AI 반도체에 기회”

국내 기업도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토종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AI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반도체 ‘워보이’를 양산 중이다. 내달부터는 성능을 높인 2세대 칩을 TSMC 5나노 공정을 통해 제작한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한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시장은 다양한 선택지가 많아지는 쪽으로 재편될 것이다. GPU보다 효율성이 높은 AI 반도체에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세대 칩에 대해선 “엔비디아 A100, H100와 경쟁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6억 달러(약 43조원)에서 2026년 657억 달러(약 87조원)로 4년 새 두 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시스템 반도체 중 30% 이상을 AI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도입은 테크 기업에는 사활을 건 문제가 됐다”라며 “누가 효율적 인프라를 갖고 구축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기에 AI 반도체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를 사업 프로세스 전반에 적용하려는 대형 인터넷 기업,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의 컴퓨팅 아키텍처 교체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칩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반도체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초전력으로 실행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기존에는 두뇌 역할을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담당해왔다. 그래픽처리와 AI 연산이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그동안에는 GPU가 AI용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대용량 연산에 비효율적으로 높은 소비 전력이 요구되기에 AI에 최적화한 AI반도체가 등장하게 됐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주로 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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