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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에…"입주형 안돼" 말 나온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올해 하반기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대한 시범사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5일 외국인 가사 근로자와 관련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본격적인 시범 운영에 앞서 인력 규모와 대상 국가 등을 정하기 위한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는 중국 교포(조선족) 등 동포나 한국 영주권자의 배우자, 결혼이민 비자로 입국한 장기체류 외국인만 가사ㆍ돌봄 분야 취업이 가능하다. 이들을 제외한 외국인은 가사도우미로 일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상을 확대해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 출신 외국인도 국내 가정에서 일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여성 경력 단절 해소와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나 고령 가구가 가사도우미를 채용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가사 인력으로 외국인을 활용하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구체적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와 국내 노동시장 상황,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범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서비스 이용자와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또는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협의하겠다”며 “국내 현실을 고려해 적합한 고용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또 “관련 경력ㆍ지식 보유 여부, 연령, 언어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것”이라며 “입국 전 일정 시간 이상의 취업 교육을 거쳐 근무처에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더라도 일단은 소규모가 될 것이라고 이 담당관은 전했다.

자료: 고용노동부

자료: 고용노동부

고용부 내에서는 건설업·제조업·농어업 등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 근로자를 확대해 가사근로자 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거주(F-2)·재외동포(F-4)·영주(F-5)·결혼이민(F-6)·방문취업(H-2) 체류자격 소지자(취업개시신고 필요)만 가사근로자로 활동할 수 있다. 올해 E-9 외국인력은 지난해보다 4만1000명 대폭 늘린 11만명이 들어온다. 이 가운데 서비스업과 탄력배정 인력은 각각 1000명·1만명 등 1만1000명에 달한다. 고용부는 국내 수요자와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협의할 계획이다.

해외에선 대표적으로 싱가포르·홍콩·일본 등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모두 한국처럼 저출산 문제에 시달리는 국가들이다. 싱가포르나 홍콩은 가정에서 직접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내국인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적용하지만, 고용주는 임금 외에 숙소 제공이나 고용부담금, 사회보장책임 등도 부담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민간 서비스기업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가정과 이용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가사 근로자도 내국인과 같은 노동관계법이 적용된다.

자료: 고용노동부

자료: 고용노동부

다만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용부도 지난해 8월 설명자료를 통해 “가사서비스 일자리는 대표적인 중고령 여성 일자리로서, 외국인력 도입 확대 시 내국인 일자리 잠식 우려가 있다”며 “특히 저임금 외국인력 도입으로 인해 내국인 근로조건 저하 및 외국인력의 고임금 일자리로의 이탈 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 반복되는 인권침해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은 1970년대에 도입됐는데, 입주형 가사노동에 대해 인권침해가 빈번하고 이로 인한 송출국과 수용국 간 외교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며 “비교적 최근에 도입한 일본은 노동인권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반영해 인권 침해 우려가 높은 입주형을 금지하고, 내국인과 임금 차별을 금지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민간 고용’이 아닌 ‘기관 고용’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 연구위원은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주로 채택하는) 가구 내 고용 방식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 외에도 소비자의 비용 부담과 관리 부담이 크고, 노동인권 보호에도 열악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현장에서도 기관 고용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타나고, 이를 채택하더라도 이동의 자유 미보장·과도한 숙소 비용 부과·학대 등 기관에 의한 노동인권 침해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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