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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기부’ 약속 지킨 ‘축산맨’ 군수…보상금으로 장학금 마련

중앙일보

입력

정영철 충북 영동군수(오른쪽)와 아내 김미경씨(왼쪽)가 24일 영동군청에서 장학금 10억원을 양무웅 영동군장학회 상임이사에게 기탁했다. 사진 영동군

정영철 충북 영동군수(오른쪽)와 아내 김미경씨(왼쪽)가 24일 영동군청에서 장학금 10억원을 양무웅 영동군장학회 상임이사에게 기탁했다. 사진 영동군

정영철 영동군수 축사 보상금 10억 기부 

정영철(59) 충북 영동군수가 축사를 정리하면서 받은 보상금 등 10억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정 군수와 아내 김미경(56) 영도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4일 영동군민장학회에 10억원을 기탁했다. 정 군수는 지난해 7월 취임 전까지 아내 김씨와 함께 영동읍 부용리 어서실마을에서 1986년부터 돼지농장을 운영했다. 농장 규모가 커져서 영도축산영농조합을 설립해 아내 김씨가 대표를 맡아 경영해왔다.

지난해 이 농장을 포함한 인근 부지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농촌공간정비사업에 편입되면서 보상받게 됐다. 기탁금 10억원은 농장 휴업 보상금에 개인 돈을 보태 마련했다. 정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농장 터를 보상받게 되면 10억원가량을 지역사회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기부 약속은 1년 여만에 지켜졌다. ‘기부 약속이 부담되지 않았냐’ 물음에 정 군수는 “아까우면 (기탁)했겠느냐”며 웃었다. 정 군수는 “주민이 많이 사는 영동읍 근처에서 축사를 운영하다니 보니 악취 등으로 늘 미안했다”라며 “30년 넘게 가꾼 농장을 접는 게 아쉽긴 하지만, 지역 학생 꿈을 키워주는 데 보탬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영철 충북 영동군수가 지난해 11월 영동군 양강면 산막리 사과농가에서 군청 경제과 직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손돕기에 참여해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영철 충북 영동군수가 지난해 11월 영동군 양강면 산막리 사과농가에서 군청 경제과 직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손돕기에 참여해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38년 축산업 종사…“해외연수, 교육 프로그램 다양화 기대” 

초선인 정 군수는 ‘축산맨’으로 불렸다. 영동군 토박이로 초·중·고교를 이 지역에서 나온 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했다. 축산업에 발을 들인지 25년 만인 2012년 옥천영동축협조합장을 지냈고, 이후 축산물 유통업체인 이수한우영농조합 대표를 역임했다.

영동군민장학회가 보유한 장학기금액은 208억원 정도다. 장학회 관계자는 “정 군수 부부가 전달한 10억원은 지금까지 받은 기탁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정 군수는 “영동군민장학 기금은 그동안 주로 불우 학생을 돕는데 썼다”며 “영동 지역 학생들이 해외연수도 많이 가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정 군수는 충북 시장·군수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건물과 토지 등 43억48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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