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에 지원군으로 나선다.
NBC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24일 오후 6시(미 동부 기준) 트위터의 음성 대화 플랫폼 스페이스를 통해 머스크와 대담을 갖고 이 자리에서 공화당 경선 출마를 발표할 예정이다.
론 디샌티스(오른쪽) 플로리다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와의 대담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의식했나..."디샌티스 지지세에 힘 될 듯"
머스크는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CEO 행사에서 "디샌티스를 인터뷰할 것"이라며 "그는 중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실시간 질의응답이 이뤄질 것"이라며 디샌티스의 이런 결정에 대해 "획기적"이라고 했다.
NYT는 "디샌티스의 공화당 경선 출마는 널리 예상돼 왔지만, 머스크와 (출마 선언을) 함께하기로 한 결정은 놀라운 요소"라고 평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으로 디샌티스는 많은 청중에게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팔로워 1억4000만 명을 보유한 '수퍼 셀럽'으로 통한다. NBC뉴스는 "머스크가 함께 하는 출마 선언은 디샌티스 지지세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샌티스가 머스크가 있는 자리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NYT는 "2024년 대선에 나서는 디샌티스가 직면한 한 가지 과제는 수십 년 동안 세간의 이목을 끄는 데 능숙한 트럼프와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이번 디샌티스의 출마 선언 대담에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NBC뉴스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디샌티스 측은 머스크의 대담 참여를 디샌티스에 대한 분명한 지지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날의 검...'트위터 살리기' 시각도
머스크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과 코로나19 규제 정책을 비판하며 공화당 지지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트위터에서 머스크는 "2024년 디샌티스를 지지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그는 지난 16일 현지 언론에 "난 단지 정상적인 인간이 대통령에 오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는데, 바이든과 트럼프를 싸잡아 비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연합뉴스
머스크와 디샌티스의 이번 대담 진행은 공화당과 디샌티스 지지자이자, 머스크와도 친분이 있는 기술 기업가 데이비드 삭스가 맡는다.
머스크의 이번 대담 참여는 '트위터 살리기'의 일환이란 시각도 있다. 가디언은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트위터의 인지도가 떨어진 가운데 디샌티스의 등장은 트위터에 대한 주목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고 평했다. 머스크는 이런 형식의 대담이 민주당을 포함한 다른 대선 후보들에게도 열려있다며 "트위터는 공평한 경쟁의 장"이라고도 했다.
다만 종잡을 수 없는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키곤 하는 머스크와의 지나친 밀착이 디샌티스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 19일엔 공화당 소속의 흑인 의원으로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팀 스콧 상원의원의 출마 선언 행사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연방대법원, 보수 대 진보 7대 2" 공약
한편 디샌티스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선을 포함해 8년간 보수 우위의 미 연방대법원 구조를 확고하게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지난 22일 밤 기독교 미디어 행사에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보수 대 진보 구성을 7대 2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임명 결정에 따라 현재 연방대법원의 보수 대 진보 구성은 6대 3이다. 연방대법원이 보수화되면서 미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되기도 했다.
디샌티스의 이번 공약은 이미 4년간 재임해 대선에서 승리해도 임기가 4년으로 제한되는 트럼프와 차별화해 보수 표심을 공략한 것이란 해석이다.
디샌티스가 대선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내년 대선을 향한 공화당 내 경쟁 구도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마이크 펜스 전 미 부통령도 조만간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각종 공화당 경선 지지율 조사에선 트럼프가 월등히 앞서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