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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받기로 퍼다 나르기도…새끼 두꺼비떼 300m 고행길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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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보금자리를 찾으러 가다가 길을 잃은 울산 중구 새끼 두꺼비들. 사진 울산 중구청

새 보금자리를 찾으러 가다가 길을 잃은 울산 중구 새끼 두꺼비들. 사진 울산 중구청

울산에서 새끼 두꺼비 떼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생사를 건 대이동을 하고 있다. 울산 중구는 24일 "장현저류지(貯留池)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가 무리를 지어 지난 18일 오전부터 300m 떨어진 황방산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어른 두꺼비 떼는 매년 2월이나 3월 황방산에서 인근 장현저류지로 내려와 암컷 한 마리당 알 1만여개를 낳고 돌아간다. 이들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는 60~70일 동안 저류지에 머물며 몸집을 키운다. 그런 다음 몸길이 2~3㎝의 새끼 두꺼비로 성장하면 다시 황방산 보금자리를 찾아 나선다. 황방산에서 장현저류지까지 거리는 300m쯤 된다. 중구청 측은 "새끼 두꺼비는 5~6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을 틈타 수천여마리씩 꾸준히 무리 지어 황방산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새끼 두꺼비 황방산 행은 목숨을 내건 고행길이다. 장현저류지와 맞붙은 장현천 옆을 지나 황방산으로 가야 하는데, 자칫 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도로로 나가게 된다. 이때 지나가는 자동차에 변을 당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울산 중구는 2018년부터 매년 이맘때 장현저류지 일대에 두꺼비 이동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고, 자동차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그린리더 울산중구협의회' 회원과 중구 직원 등이 현장에 나가 길 잃은 새끼 두꺼비들을 쓰레받기로 주워 모아 다시 산으로 가는 길목으로 옮겨 놓기도 한다.

현장을 다녀온 중구 한 공무원은 "지난 19일 하루에만 2000여 마리의 길 잃은 새끼 두꺼비를 주워다가 황방산 길목에 옮겨줬다"며 "새끼 두꺼비 떼 이동이 지역에 있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그만큼 오염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울산 장현저류지처럼 대구 수성구에도 두꺼비 떼 이동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이자 서식지인 대구 수성구 욱수골과 망월지다. 욱수골에서 매년 두꺼비 3000마리가량이 산란지인 망월지로 이동해 300쌍 정도가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꺼비 알은 부화해 200만∼300만 마리 새끼 두꺼비가 욱수골로 대이동 하며 장관을 연출한다. 망월지는 201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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