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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K팝 스타 영화…넷플릭스의 무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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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사고로 두문불출해온 유명 F1 레이서의 단독 인터뷰라며 홍보한 기사가 알고 보니 인공지능(AI) 챗봇으로 만든 가짜 뉴스다. K팝 스타의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한 불법 영상물이 양산돼 논란이 되는 시대다. 특정 인물을 감쪽같이 따라 하는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 사람의 존재를 날조하는 것도 가능한 세상이다.

이런 미래를 섬뜩하게 그린 영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정이’가 있다. 군수회사 크로노이드는 식물인간이 된 전설의 용병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AI 전투용병을 만들려 하지만, 개발이 부진하자 섹스돌 등 상업적 용도로 눈을 돌린다. 실험실에 누운 당사자는 항의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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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까지 갈 것도 없이 특정인의 영상을 제작진이 무단 편집한 결과물이 논란이 된 사례는 이미 적지 않다. 당사자가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선 해석의 여지가 분분할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최근 넷플릭스가 4년 전 고인이 된 K팝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유작 ‘페르소나: 설리’의 예고편을 공개해 논란이다. 설리 주연 단편을 묶어내려던 애초 기획 중 촬영을 마친 일부와 인터뷰를 엮어 다음 달 선보인다는 예고 영상이 넷플릭스 브라질 공식 계정을 통해 갑작스레 발표되자, 악플에 시달렸던 고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현재 넷플릭스 측은 해당 영상을 내린 상태다.

스타를 그리는 추모 영상은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 측 대응이다. 해당 예고편 공개 경위 자체도 밝힐 수 없다며 모든 걸 원점에서 논의 중이란 입장만 내놓고 있다. 예고편 속 고인의 발언은 이미 퍼져 여러 추측을 낳은 뒤다. 190여개국 동시 배급력을 가진 글로벌 OTT에 걸맞은 책임감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