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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나달 시대…‘흙코트 제왕’ 후계자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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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나달

나달

“새로운 ‘클레이 코트의 황제’ 대관식이 열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2일(한국시간)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런 표현을 썼다. 최근 18년간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의 별칭)를 지배했던 ‘흙신’ 라파엘 나달(37·스페인)이 엉덩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2005년 이 대회에 데뷔한 이래 18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전했던 나달은 역대 최다인 통산 14승(메이저 22회 우승)을 거뒀다. 나달이 곧 프랑스오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프랑스오픈 측은 “가슴 아픈 결정”이라며 나달의 불참을 안타까워했다.

흙코트 제왕’ 후계자

흙코트 제왕’ 후계자

‘나달의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 28일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에는 나달의 후계자를 꿈꾸는 신예들이 대거 출전한다. 그중에서도 ‘제2의 나달’로 불리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0·세계랭킹 1위·스페인)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US오픈에서 19세의 나이로 우승하며 남자 테니스 사상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올해에도 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노박 조코비치(36·세계 3위·세르비아)는 지난 18일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알카라스의 테니스는 대단하다”고 밝혔다. 조코비치는 나달, 로저 페더러(42·은퇴·스위스)와 함께 최근 20년간 세계 테니스계를 호령한 ‘빅3’ 중 한 명이다.

다닐 메드베데프(27·세계 2위·러시아)의 경기력도 알카라스 못지않다. 메드베데프는 지난 22일 프랑스오픈 전초전 격인 로마오픈에서 우승했다. 생애 첫 클레이 코트 우승이었다. 올 시즌 들어 클레이 코트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투어에서 5승을 거두면서 경쟁자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다. 메드베데프는 로마오픈에서 우승한 뒤 “그동안 내 ‘사랑(주 종목)’은 하드 코트였지만, 이제부턴 클레이 코트도 좋아하기로 했다”고 말해 프랑스오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카스페르 루드(25세·세계 4위·노르웨이)도 나달의 후계자를 꿈꾼다. 루드는 나달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운영하는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 출신이다. 2017년부터 꾸준히 나달의 조언을 받으면서 훈련했다. 나달이 롤모델인 것도 당연하다. 그는 스승 나달처럼 클레이 코트에 특히 강하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선 나달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별명도 ‘흙 전문가’다.

조코비치에게 최근 2연승을 거둔 덴마크의 ‘신성’ 홀게르 루네(20·세계 6위)도 떠오르는 스타다. 루네는 지난 18일 로마오픈에서 조코비치를 8강에서 물리쳤다. 지난해 11월 파리 마스터스 결승에서도 조코비치를 제압하고 우승했다. 공교롭게도 플레이 스타일도 조코비치와 판박이다. 빠른 발과 지구력으로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조코비치는 루네를 두고 “앞으로 내가 팁을 달라고 해야겠다. 그는 나를 두 차례나 이겼다”며 치켜세웠다.

36세 조코비치가 베테랑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조코비치는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하락세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재발해 주 무기인 강력한 샷을 구사하기 어렵다. 그래도 조코비치는 포기하지 않는다. 역대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에 도전 중이다. 그는 메이저 22승으로 나달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페더러가 은퇴하고, 나달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조코비치가 20대 젊은 스타들과 벌이는 코트 위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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