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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서 정보관 “정보과장, 이태원 인파 경고 보고서 삭제 회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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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장이 제가 쓴 보고서 지우는 게 어떻냐고 해서 너무 당황스러웠고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울고 그러니 사무실 문을 닫고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용산경찰서 정보관)

박성민(가운데)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정대경(오른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지난 1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성민(가운데)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정대경(오른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지난 1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할로윈 축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보고서를 작성한 김모 용산경찰서 정보관은 경찰 정보라인 재판에서 이같이 말하며 윗선의 보고서 삭제 회유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은 22일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과 보고서를 삭제한 곽모 용산서 경위 등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정보관은 지난해 10월 26일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을 작성했다. 검찰이 제시한 해당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10만명에 근접한 인파가 어디에 몰릴 것인지, 경찰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김 정보관은 해당 정보보고서를 김 전 과장 등 윗선에 보고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김 전 과장에 지시에 따라 경비, 교통과 등 유관부서에 전파되지 않았다. 김 정보관은 “김 전 과장이 ‘보고서를 누가 쓰라고 했냐. 정보관이 축제에 가서 뭐하냐. 주말에는 집회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보고를 위해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에만 보고서를 올렸다”고 밝혔다.

증언에 따르면 참사 이후인 지난해 10월 31일 김 전 과장은 김 정보관을 사무실로 불러 정보보고서 삭제를 회유했다. 김 정보관은 “(삭제 지시에) 거부감을 느끼니까 앞서 작성된 112 상황보고서를 축약해서 쓴 거라고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며 “서울청에 보고된 내용인데 왜 쓰지 말라고 했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지난해 11월 1일 통화녹음에서도 김 정보관은 “컴퓨터를 왜 정리하라고 시키지? 지웠어?” “어차피 그거 복구가 된다. 짜증난다” 등 보고서 삭제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였다.

김 정보관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 정모 용산서 정보계장을 언급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정 계장은 김 정보관에게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입건됐었다. 김 정보관은 “정 계장이 ‘(보고서 삭제는) 김 전 과장이 시킨 것이다. 미안하다’며 사과하기 위해 찾아온 적이 있다”며 “당시 마음이 풀리지 않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과장 측은 “수집된 정보는 목적이 달성돼 불필요해지면 지체 없이 삭제하도록 규정이 돼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 정보관은 “이런 식으로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적은 없었다. 법적으로 지우는 게 맞다고 해도 부당한 지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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