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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앞지른 檢수사, 왜…KT 일감 몰아주기도 先수사, 後고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0일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한샘 등 가구업체의 빌트인 가구 담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한샘 등 가구업체의 빌트인 가구 담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없이 수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정위에 전속 고발권이 있는 사건에서 검찰이 우선 수사를 진행하고 추후 고발을 요청하는 건 새로운 추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지난달 20일 기소한 한샘 등 가구업체 담합 사건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KT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에서도 ‘선(先) 수사, 후(後) 고발요청’ 할 전망이다. 검찰은 가구업체 담합 사건에서 건설산업기본법상 입찰방해 혐의로 일단 수사에 착수한 뒤, 기소 직전 공정위에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담합)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두 기관은 사전에 고발 여부와 범위를 협의했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상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따라야한다. 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심사관 전결로 고발할 수 있다.

역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수사 중인 KT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현장조사를 하며 불거졌지만, 검찰은 올해 3월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에는 공정위의 현장조사 자료도 압수수색 형식으로 넘겨받았다. 추후 공정위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 고발을 요청하며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찰이 이처럼 공정위 고발 전에 수사에 착수하는 이유는 공정위 조사가 더딘 편이고, 처벌 필요성이 있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고발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공정위가 형사처벌 필요성을 일차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전속고발제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속고발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면 그 취지가 존중돼야 하는데 지금은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이렇게 혼란스럽게 운용할 바에야 차라리 없애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입찰 담합 등은 경제적인 분석의 중요도가 낮아 전속고발의 필요성이 약하고, 공정위 조사의 부족한 부분을 검찰이 강제수사로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지난 16일 KT와 KT텔레캅 본사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해했다. 신현옥 KT 부사장과 황욱정 전 KT 상무(현 KDFS 대표)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검찰은 KT의 강요에 따라 KT텔레캅이 KT그룹의 시설관리(FM) 일감을 KDFS에 몰아줬다고 보고 있다. KDFS가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전직 KT 대표 A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는 구현모 전 KT 대표와 황욱정 전 상무가 현재 직위에 오르는 데 힘을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구현모 전 대표에게 KT그룹 일감을 KDFS에 몰아주라고 한 뒤 KDFS에게서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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