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자 정치권은 ‘국회의원 코인 현황 전수조사’ 카드를 꺼냈다. 김 의원이 몸담았다 탈당한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섰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정무위는 지난 17일 ‘전수조사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민의힘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표면적으로는 여야 모두 전수조사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야의 요란한 장단에도 전수조사가 실제 실현될 걸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남국 의원과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펴는 국민의힘엔 “자칫하면 김 의원 코인 문제를 희석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윤재옥 원내대표)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 당에도 코인 투자하는 의원이 있다”며 “긁어 부스럼으로 민주당의 물타기 빌미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역대 사례를 봐도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애초 의도한대로 성공적으로 끝난 경우는 거의 없다. 국민적 비판 여론이 쏟아질 때 전수조사 카드를 내놨다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 즈음 자연스럽게 합의가 불발돼 유야무야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용두사미 전수조사 공방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였던 당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 직불금(쌀 가격이 쌀 경우 정부가 보전해주는 지원금) 부정 수급 논란으로 정치권은 시끌시끌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의원 전수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즉각 “여야가 공동 요청하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언론에 대대적으로 ‘전수조사 요청’이라는 기사가 보도됐을 뿐 실제 여야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의원실에 딸을 채용했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가 쟁점이 됐다. 당시 취재 경쟁이 붙자 언론에 다른 의원실 사례도 물밀 듯이 터져 나왔고, 문제가 계속 커지다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원실 채용 상황 전수조사” 카드를 꺼냈다. 이 역시 말로만 그쳤다.
문재인 정부 땐 전수조사 제안이 유독 많이 나왔다. ▶2019년 1월 손혜원 무소속 의원(열린민주당 출신)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기회에 이해충돌 전수조사하자”(표창원 민주당 의원) ▶2019년 4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주식 투자 논란→“이참에 주식 전수조사하자”(안민석 민주당 의원)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번 기회에 자녀들 교과 외 활동 전수조사하자”(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2019년만 해도 세 차례 전수조사 논의가 있었다. 결과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여야 합의 불발이었다.
물론 전수조사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 주목받은 사례가 두 번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8년 4월 김기식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낙마하자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이번 기회에 기준을 세우자”(우원식 원내대표)며 전수조사를 밀어붙였다.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은 이미 행정 처리를 해오던 터라 별도의 여야 합의나 추가 자료 제출은 필요 없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그대로 조사를 했다. 3개월 조사 끝에 나온 결과는 “위법 소지 없음”이었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때도 비슷하다. 당시 4·7 재·보궐 선거 직전 터진 대형 사태로 여야 모두 “밀리면 끝이다”는 인식이 있었고 합의는 순탄하게 이뤄졌다. 부동산은 공직자윤리법상 등록 대상 재산이라 권익위가 내역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조사 결과 권익위는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12명, 열린민주당 1명 등 25명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지적했다. 당사자들은 대부분 “억울하다”며 버텼고, 부친이 땅 투기 의혹을 받은 윤희숙 당시 국민의힘 의원만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국회 관계자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에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합의하는 게 쉽겠냐”며 “전수조사는 ‘우리만 잘못했냐’는 방어용인 동시에 ‘피하는 자가 범인’이란 공격용 카드로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인 전수조사가 만약 합의되더라도 이 역시 “전수조사해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걸 명백히 안 순간에나 가능할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란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