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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건 비대면 진료…의료계 "초진불가" vs 플랫폼 "사형선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2월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공개한 비대면 진료 방식을 두고 의사와 플랫폼 기업이 반발하고 있다. 의사는 "비대면 진료를 너무 많이 허용한다"고, 기업은 "초진을 허용하라"고 반발한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지금은 코로나 기간에 한시적으로 초진환자부터 허용하고 있는데, 내달부터 ‘재진’ 환자 중심으로 제한된다.

정부·여당은 재진 위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되 거동불편자나 감염병 확진 환자, 섬·벽지 환자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부 환자에 한해 초진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시범사업 계획안을 17일 발표했다. 야간·휴일에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도 초진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의약계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 절대 반대”

지난 1월 2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우리아이들병원 2층에 환자와 보호자 약 150명이 진료 대기를 하고 있다. [병원 제공]

지난 1월 2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우리아이들병원 2층에 환자와 보호자 약 150명이 진료 대기를 하고 있다. [병원 제공]

대합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19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소아·청소년은 표현이 서투르기 때문에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초진 허용 예외 대상도 두루뭉술한 표현이 아닌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재진’ 환자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은 고혈압·당뇨·정신 및 행동장애·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30일 이내 해당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한 이력이 있을 경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아무리 만성질환자라 해도 비대면 진료에서 1년을 기준을 잡은 건 사실상 초진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 총무부회장(서울 노원구·파티마의원)은 “의사가 환자를 대면으로 보는 것과 비대면으로 보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에게 보조수단으로 비대면 진료를 열어놓는 것이지 환자에게 편의성을 주기 위해 이렇게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건 제대로 진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형선고” 

팬데믹 이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닥터나우 외에도 다양한 비대면 진료 앱들이 출시됐다. 왼쪽부터 올라케어, 굿닥, 메디르. 각자 다른 서비스 특징을 내세워 이용자를 모으는 중이다. 10월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총 3400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국내에서 이뤄졌다. [각 사]

팬데믹 이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닥터나우 외에도 다양한 비대면 진료 앱들이 출시됐다. 왼쪽부터 올라케어, 굿닥, 메디르. 각자 다른 서비스 특징을 내세워 이용자를 모으는 중이다. 10월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총 3400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국내에서 이뤄졌다. [각 사]

복지부의 시범사업안은 플랫폼 업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복지부가 한 번의 상의도 없이 재진 중심으로 정했다고 반발한다. 지금 사용중인 앱에서 실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신영 닥터나우 홍보총괄이사는 “플랫폼이 환자 개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재진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 결국 다음 달부터는 환자가 직접 의사에게 질병코드를 불러주면서 재진 여부를 확인 받으라는 건데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자신의 질병코드를 알고 있는 환자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진 인정 기간을 1년으로 잡은 데 대해선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이라고 돼 있긴 하지만 약을 타려면 병원에서 3~6개월 간격으로 채혈 등 검사를 받아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1년이 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이날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사범사업안의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원산협은 특히 약 배송에 있어 재택 수령에 제한을 둔 것에 대해 “의료 서비스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의약품 수령 및 복용인데도 특정 단계(약 배달)에서만 비대면을 원천 배제한 것은 약 업계(약국) 기득권만을 대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6월 시행 전까지 추가 논의하겠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1일 시행 전까지 의료계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되고 있다. 다음 달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한 단계 내려가면서 비대면 진료가 불법화될 위기에 놓이자 당국은 의료법 개정 전까지 제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범사업 형태로 진료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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