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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사과 요구해야"…野논리 빼닮은 국회 입법조사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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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안’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가 대일 역사 문제 대응 방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직접적인 사과와 배·보상 참여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입법조사처는 18일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국회 논의 동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3월 6일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안’ 일제 강제동원 해법의 주요 쟁점을 살피는 게 목적이다. ‘제3자 변제안’은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하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지원재단의 재원은 한·일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마련하게 했다.

보고서는 제3자 변제안에 4가지 쟁점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피해자가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민법상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허용하지 않을 경우 제3자가 채무 변제를 할 수 없다는 민법 469조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이 사과 및 기부금 참여에 호응할지 알 수 없다는 점 ▶대법원 판결금 지급 주체로 지원재단이 적합한지 여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등은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 등을 쟁점으로 나열했다. 야권에서 그간 정부 방침을 비판하며 내놓은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왼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지난 10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미래파트너십 기금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금의 운용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왼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지난 10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미래파트너십 기금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금의 운용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정부의 향후 과제로 세 가지를 열거했다. ▶향후 대일 역사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정부 입장을 국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 ▶외교부 외 범정부 차원의 논의 기구를 마련할 것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직접적 사과 및 배·보상 참여를 요구할 것 등이다.

보고서는 특히 강제동원 해법을 “한일 간의 외교적 현안이기도 하지만, 국내적으로 국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마주해야만 하는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측 대응에 대해선 “10여년 전 칸 나오토 총리가 한국인들의 뜻에 반한 식민지배를 사과하고, 미쓰비시사(社)가 재판과는 별개로 피해자 측과의 대화의 장을 설치했던 것과는 다른 일본 우경화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18일 중앙일보에 구두 논평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대승적 결단을 통해 얻는 국익 부분은 간과한 것 같다”며 “국회입법조사처가 야당 주장만을 있는 그대로 복사한 듯한 보고서를 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명희 입법조사관은 “강제동원 해법은 외교적인 현안이기도 하지만, 국내적으로도 포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사안임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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