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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장타자" KLPGA 방신실 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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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 사진=KLPGA

방신실. 사진=KLPGA

KLPGA 투어에 열아홉살 조건부 시드 선수인 방신실이 화제다. 화끈한 드라이버로 무장한 방신실은 KLPGA 투어 3경기에 나와 2경기에서 우승경쟁을 했다.

타이틀리스트에서 선수를 담당하는 리더십팀의 남우조 매니저는 “방신실의 스윙스피드는 평균 시속 107마일, 볼 스피드는 시속 159마일 정도다. 국내 남자 투어 선수가 평균 111마일, 여자 선수 평균이 94마일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또한 여자 선수 중 스윙스피드 100마일이 나오면 화제가 되는 걸 고려하면 107마일은 엄청난 스피드다”라고 말했다.

남 매니저는 또 “방신실은 윤이나와 더불어 한국 여자 골프 사상 최고 스피드를 내는 선수이며 드라이버로 편안하게 250m를 치는 비상식적 선수로 다른 선수에 비해서 4클럽 정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고덕호 SBS 골프 해설위원은 “압도적인 장타에 기본기가 출중해 여자 골프 판도를 바꿀 선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끝난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은 방신실의 KLPGA 투어 데뷔전이었다. 방신실은 최종라운드 13번 홀에서 티샷을 320야드 쳤다. 방신실은 “도그레그 홀이어서 실제보다 거리가 많이 측정됐다”고 했다. 일직선 홀에서 그가 290야드를 넘게 날린 것이 여러 번 측정됐다.

NH투자증권 최종라운드 4번 홀에서 방신실이 197m를 남기고 아이언으로 나무를 넘겨 핀 옆에 붙인 샷도 화제다. 남자 투어 경기를 보는 듯했다. 방신실은 “그린에서 구를 걸 예상하고 캐리 거리 185m인 4번 드라이빙 아이언으로 쳤다. 다른 선수보다 탄도가 높아 나무 넘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방신실. 사진=KLPGA

방신실. 사진=KLPGA

방신실은 원래 장타 축에 들었지만, 최고 장타는 아니었다. 2019년부터 갑상샘 항진증을 앓아 몸무게가 10㎏ 빠지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 여파로 시즌 중 스윙스피드가 일정하지 않았고 최종라운드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방신실은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프기 전보다 더 강하다. 방신실은 “지난겨울 두 달 반 동안 하루 한 시간 반 동안 스피드 스틱을 휘두르는 등 거리 늘리기 훈련을 했다”고 했다. 남우조 매니저는 “선수들은 다들 거리 늘리기 훈련을 하는데방신실처럼 거리가 많이 늘어난 선수는 거의 없다. 방신실 선수가 철저한 몸 관리를 하는 법을 깨달은 것 같다. 앞으로도 방신실이선수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방신실이 두 경기 우승 경쟁을 했지만 우승하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 14일 끝난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단독 선두에 올랐으나 아쉽게 마지막 두 홀 보기를 하면서 공동 3위로 밀렸다.

방신실. 사진 KLPGA

방신실. 사진 KLPGA

방신실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17번 홀에서 티샷이 로스트볼이 된 건 약간 잘못 친 볼이 훅바람 타고 숲으로 들어가 그랬다. 마지막 홀에서 세컨드샷이 그린을 넘어간 건 플라이어가 났기 때문이다. 러프에서 쳐서 플라이어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맞바람이 공을 잡아줄 거로 생각했는데 하늘에서는 바람이 반대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방신실은 “최선을 다해 경기했기 때문에 우승 놓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컷통과 목표로 나간 경기에서 5위 이내 든 건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했고 내가 더 단단해질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방신실은 3년간 국가대표를 했지만 지난해 시드전에서 40위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 시드전이 열리는 코스가 장타자인 방신실에게 맞지 않아 그랬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쉬운 순위였다. 올해 KLPGA 투어 조건부 시드를 받아 1부와 2부 투어를 겸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2부 투어 보다 1부 투어 성적이 더 좋은 거다. 2부 투어 5개 대회에 나가 톱 10이 1번인데 1부 투어에서는 3개 대회에 나가 톱 10에 2번 들었다. 방신실은 아마추어 때도 프로 1부 투어 대회에 나와 좋은 성적을 냈다.

방신실은 “드림투어(2부 투어) 초반 스윙 교정을 했고 그린이 1부 투어만큼 좋지 않아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적응해 드림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신실. 사진 KLPGA

방신실. 사진 KLPGA

다른 투어에서는 시즌 중 성적을 기반으로 시드 순위를 재조정하는 리랭킹 제도가 있지만, KLPGA 투어는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전체 대회 중 30% 이상 참가해야 상금랭킹으로 인정해준다. 방신실은 이번 시즌 1부 투어는 10개 정도만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를 간신히 채울 수 있지만 시즌 중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왕 포인트 등은 50% 이상을 채워야 한다. 올해 신인왕 경쟁에 방신실은 나설 수 없다.

혜성처럼 등장한 흥행 카드 방신실이 올 시즌 후반기까지는 KLPGA 투어에 정착하기 어렵다. 방신실은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벌써 상금 1억1200만원을 받았으니 내년 출전권은 무난히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LPGA 투어로 진출할 생각이다. 큰 무대에서 더 강한 방신실이니 메이저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방신실이 거리에 모든 걸 거는 건 아니다. 그는 “골프는 멀리 치기 게임이 아니다. 고진영 선배의 강한 멘탈이 가장 멋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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