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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도 “일 힘들다” 기피…경북 ‘명품 수박’ 이러다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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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이창희 고령군 우곡그린복합영농조합 대표가 우곡그린수박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이창희 고령군 우곡그린복합영농조합 대표가 우곡그린수박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명품 수박으로 꼽히는 경북 고령 ‘우곡그린수박’이 갈수록 구경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15일 고령군에 따르면 경북 고령군 우곡면 수박 재배 면적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5년 248㏊였던 우곡면 수박 재배 면적은 2017년 162㏊, 2019년 120㏊, 2021년 133㏊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110㏊까지 줄었다. 2015년 대비 44% 수준이다. 하우스 개수로 따지면 2013년에는 약 2300동이었던 것이 올해 1860동 정도로 줄었다. 하우스당 수박이 평균 520개 생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수박 생산량이 10년 새 약 119만6000개에서 96만7200개로 23만 개 가까이 감소했다.

수박 재배 농가가 줄고 있는 것은 급격한 농촌 고령화와 이에 따른 일손 부족이 요인이다. 특히 수박은 마늘이나 양파 등 다른 작물보다 기계화가 어려워 훨씬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에 농민은 아예 농사를 포기하곤 한다.

이창희(67) 우곡그린복합영농조합 대표는 “수박 농사는 모든 과정을 농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조차 기피하는 고된 농사”라며 “이런 상황에서 농촌 고령화까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박 농가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들은 “우곡수박 명맥을 유지하려면 청년층이 농촌에 유입돼 고령화를 늦추는 것과 함께 강도 높은 노동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곡그린복합영농조합 관계자는 “품질이 좋은 우곡수박을 찾는 수요는 여전하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수박 농사를 그만두는 농가가 많아 걱정”이라며 “우곡수박 생산이 멈춰버리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수박은 국립농수산물품질관리원이 2011년 지리적표시제 73호로 등록했다. 지리적표시제는 우수 농수산물이나 농수산 가공물에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낙동강 변에서 재배하는 우곡수박당도는 13브릭스(brix)로 다른 수박보다 1~2브릭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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