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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단체 지원금 93% 독점한 양대노총…교육 써놓고 족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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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지원한 국고보조금의 90% 이상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에 독점적으로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교류나 간부교육 등 세금으로 지원되기 적절치 않은 사업에도 7억원가량이 지원됐다. 정부는 ‘양대노총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올해부터 신생단체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5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19~2023년 노동단체 지원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지원액 35억900만원 가운데 92.8%에 달하는 32억5700만원이 양대노총에 지원됐다. 구체적으로 한국노총에 29억2600만원(본부 포함)이, 민주노총에 3억3100만원이었다. 민주노총 본부는 별도 지원을 받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본부에만 전체 83.4%에 달하는 26억300만원이 지원됐다. 노동자 법률 구조 상담 사업(14억7700만원)이 가장 컸다. 한국노총은 본부를 포함해 총 15개 단체가 지원을 받았다. 민주노총은 산하 13개 단체가 나눠받았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76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고, 이외에도 공공연대노동조합(3000만원),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2700만원), 다같이유니온(2300만원) 등이 교육 및 연구 명목으로 사업을 신청해 지원받았다.

양대노총이 국내 노동단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같은 단체와 같은 사업에 매년 관성적인 지원이 이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전 지원 내역을 살펴봐도 2019년(91.6%), 2020년(88.9%), 2021년(88.7%) 등 매년 양대노총이 차지하는 지원금 비중은 90% 전후를 유지했다. 이렇다 보니 양대노총에 속하지 못한 소수 노조나 신생 단체는 지원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해 ‘간부교육’이나 ‘국제교류’ 명목으로 지원된 금액만 전체 양대노총 지원금의 20%가 넘는 7억원 수준이었다. 보조금 지원 내역을 공시하는 ‘e나라도움’을 통해 상세 내역을 살펴보니 한국노총은 국제교류 명목으로 1억3600만원을, 간부 교육 명목으로 5억1300만원을 받았다. 국제교류는 국제노동기구(ILO) 회의 참석 등이 이유지만, ‘국외여비’ 외에 구체적인 활동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조들의 간부 교육도 보조금으로 다수 이뤄졌다. 특히 한국노총 산하 교육청노동조합연맹은 임원 등 교육 명목으로 1500만원을 받아 제주도에서 2박3일 세미나 진행했는데, 상세 정산내용을 보면 단체로 유람선 타거나 족욕 체험하는 등의 일정도 포함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 차원에서 국제교류나 간부교육이 필요할 순 있지만, 여기에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및 불공정 채용 근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및 불공정 채용 근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올해부턴 지원 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최근 확정된 올해 1차 노동단체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양대노총 비중은 34.2%로 크게 줄어들었다. 전체 8억2500만원 가운데 양대노총 비중은 2억8300만원 수준이었다. 한국노총 본부가 신청한 지원금이 노조 회계자료를 미제출을 이유로 거부당한 것도 있지만, 올해 정부 기조에 따라 신규 단체에 대한 지원이 새롭게 이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배달플랫폼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서비스지부, 한국장애인노조총연맹, SK매직 현장중심노조 등 11개 단체가 새롭게 지원 대상으로 들어왔다. 여기엔 정부가 요구한 회계자료를 제출한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산하 노조도 있다.

이례적으로 노조가 아닌 경기도중고차딜러협회도 '중고자동차 딜러 실태조사 및 처우 개선 방안과 공인자격증 제도의 필요성 연구' 명목으로 17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올해 노동단체 지원금이 전액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양대노총 비중은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 2차 모집을 통해 추가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이때 한국노총 본부가 정부가 요구하는 노조 회계자료를 제출하면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로썬 가능성 낮은 상황이다. 지원을 받게 되더라도 간부 교육이나 국제 교류 사업은 모두 제외될 공산이 크다.

이주환 의원은 “거대 기득권 노조의 불법과 불공정 행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는데 정부는 이를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며 “신생 단체, 소규모 미가맹 노조 등 실질적인 보호가 필요한 단체에 더 많은 지원이 확대될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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