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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없으면 자동 수출금지” G7, 대러 제재 그물 더 촘촘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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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본 니가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 일본 니가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주요 7개국(G7) 회원국을 설득해 대(對)러시아 제재를 기존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부 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불허하는 규제가 되면서 러시아 경제를 한층 옥죄게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도 G7과 함께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 재개를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 제재 방식 네거티브→포지티브로 강화 

러시아 국기와 '제재' 란 단어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국기와 '제재' 란 단어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G7 정상들은 제3국과 관련한 대러 제재 회피를 겨냥하고 러시아의 미래 에너지 생산을 약화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은 특정 분야의 상품에 대해선 승인된 품목이 아닌 한 모든 수출을 자동으로 금지하자는 자신들의 제안에 G7 회원국이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현행 대러 제재 방식은 수출 금지 품목을 지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미국은 이를 소수의 허용 물품을 제외하곤 수출을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

러시아 숨통 트여준 옛 소련국가 ‘유라시아 우회로’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가전제품 판매점에 진열된 TV 제품. LG전자의 올레드 TV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전자제품이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가전제품 판매점에 진열된 TV 제품. LG전자의 올레드 TV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전자제품이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바뀐 제재가 적용될 분야는 정해지지 않았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G7 회원국이 포지티브 방식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G7 회원국이 포지티브 방식을 모든 분야에 쓰는 데 동의하지는 않겠지만,러시아군에 가장 민감한 분야인 방위 산업 분야에선 제재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제재 강화에 나서는 건 대러 경제 제재가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 러시아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옛 소련 소속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통한 ‘유라시아 우회로’가 러시아가 서방의 수출 금지조치를 회피하는 통로가 됐다”고 보도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지난해 대러 수출은 전년보다 약 50% 늘어난 150억 달러(약 20조1000억원)다.

러시아 물류회사 아이멕스-엑스퍼트의 홈페이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회사는 사이트에서 '카자흐스탄을 통해 유럽, 미국에서 러시아로 허가된 상품을 수입한다. 제재를 100% 우회한다'며 자랑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물류회사 아이멕스-엑스퍼트의 홈페이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회사는 사이트에서 '카자흐스탄을 통해 유럽, 미국에서 러시아로 허가된 상품을 수입한다. 제재를 100% 우회한다'며 자랑한다″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같은 기간 이들 국가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상품 총액도 146억 달러에서 243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과 군용으로 모두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입이 급증했다. 아르메니아는 지난해 미국과 EU로부터 850만 달러 상당의 집적회로를 수입했다. 2021년 집적회로 수입액은 53만 달러에 불과했다. 동시에 아르메니아가 러시아로 보낸 집적회로 수출액은 2021년 2000달러 미만으로 사실상 전무했던 것이 지난해 1300만 달러로 폭증했다. 서방 이외에도 중국 등으로부터 집적회로를 수입해 러시아로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장착되는 집적회로는 러시아에 대한 대표적인 금수 품목 중 하나다.

키르기스스탄(레이저), 우즈베키스탄(전기 점검) 등에서도 지난해 미국과 EU로부터 관련 장비 수입이 급증한 동시에 대러 수출이 증가했다. WSJ은 “통계를 보면 이들 국가가 서방으로부터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를 수입해 이윤을 붙여 러시아에 파는 무역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러시아 물류기업은 홈페이지에 ‘대러 제재를 100% 우회한다’는 광고까지 한다”고 전했다.

“이젠 우리가 필요 없다”…유럽, 러시아산 가스 보이콧

가스관과 러시아 국기, 러시아 루블화 지폐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가스관과 러시아 국기, 러시아 루블화 지폐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G7과 함께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 가스 수입 재개를 금지하기로 하고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이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가 확인한 G7 성명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침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사용을 더 줄일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무기화 조치로 폐쇄된 가스관 재개를 막는 것도 포함된다”고 돼 있다.

제재가 이뤄진다면 이는 G7과 EU가 벌이는 첫 러시아산 천연가스 제재다. 러시아산 원유를 유럽으로 실어나르는 파이프라인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서방이 각종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가 가스관 밸브를 잠그면서다. 그럼에도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 등에 벌인 금수 조치와 별개로 천연가스엔 손을 대지 않았다. 천연가스의 4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해올 정도로 의존이 컸기 때문이다. FT는 “지난 겨울 기온이 예측보다 온화하고 EU 각국이 에너지 다변화에 나서며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역으로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지 않겠다”는 반격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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