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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자르고, 흐지부지, 위장…4년 반복된 민주 '툭하면 탈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거액의 ‘코인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이 14일 더불어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던 민주당 진상조사단과 윤리감찰단의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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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180석의 ‘슈퍼 1당’을 탄생시켰지만, 4년 내내 소속 의원들이 각종 의혹으로 탈당·출당을 반복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당 차원의 징계에 앞서 탈당한 사례만 이상직 전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 마음대로 당을 들락날락하겠다는 거냐”며 “서둘러 진상을 밝힌 후 합당한 징계를 내려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①징계 전 꼬리 자르기

수백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직 전 의원이 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직 전 의원이 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량 해고 사태와 임금체불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은 2020년 9월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조사에 들어간 지 8일 만에 탈당을 선언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지역 보좌관 성범죄 관련 ‘2차 가해’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2021년 7월 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 하루 만에 탈당했다. 제명 징계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되지만, 양 의원이 스스로 당을 떠나면서 징계 절차는 중단됐다. 이후 양 의원은 당에 복당을 타진했으나,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5월 이재명 대표의 행태를 비판하며 복당을 철회했다.

최근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됐던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당 차원의 진상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당 지도부의 ‘거취 결단’ 권고를 받고 지난 3일 탈당했다. 송영길 전 대표도 지난달 22일 프랑스 파리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②흐지부지된 탈당 권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021년 6월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에 올라 탈당 조치를 당한 우상호 의원에 대해 미안함을 표하고 있다. 우 의원은 당시 송 대표의 탈당 권고에 반발해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은 두 달 뒤인 2021년 8월 '혐의 없음' 결론으로 우 의원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021년 6월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에 올라 탈당 조치를 당한 우상호 의원에 대해 미안함을 표하고 있다. 우 의원은 당시 송 대표의 탈당 권고에 반발해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은 두 달 뒤인 2021년 8월 '혐의 없음' 결론으로 우 의원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다. 연합뉴스

2021년 6월 송영길 당시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국회의원 중 민주당 소속 12명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여준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고, 이재명 대표는 “읍참마속 송영길에 경의를 표한다”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송영길 지도부는 비례대표 의원인 양이원영·윤미향 의원만 의원총회에서 제명했다. 일부 지역구 의원이 탈당계를 냈지만 지도부는 탈당계를 안 낸 의원들과 ‘일괄 조치’하겠다는 이유를 대며 수수방관했다. 이후 양 의원은 모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합동수사본부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인 2021년 10월 최종 복당했다.

③검수완박 ‘위장 탈당’

지난해 5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본회의 '검수완박' 법안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5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본회의 '검수완박' 법안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6일 1년 만에 복당했다. 민주당은 3월 23일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입법 무효’ 권한쟁의 심판의 청구 각하 결정 이후 한 달 만에 복당을 결정했다. 헌재도 문제점을 지적한 ‘위장 탈당’ 논란의 당사자가 복귀하자, 당 일각에서는 “숙의 과정도 없는 졸속 처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21대 국회 들어 박덕흠 의원이 2020년 9월 자진 탈당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피감기관으로부터 가족 명의 건설사가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소위 ‘이해충돌’ 의혹 때문이었다. 경찰 수사에 진척이 없자 박 의원은 2021년 12월 복당에 성공했다. 이후 경찰은 박 의원에 대해 지난해 7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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