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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에 '슈거플레이션' 몰려온다…물가, 기후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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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지역의 한 밀 농장.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지역의 한 밀 농장.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물가를 자극할 변수로 떠올랐다. 설탕과 곡물 등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기상학자들은 하반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11일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적어도 중간급 엘니뇨가 5월과 7월 사이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말에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은 55%에 이른다고 봤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중반부터는 엘니뇨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섭씨 기준 0.5도 이상으로 높게,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온도가 약 0.2도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니뇨가 관측되면서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고물가(인플레이션)와의 전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블룸버그는 미국 경제가 하반기 극복해야 할 3대 변수로 은행위기와 미 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 그리고 엘니뇨로 인한 기후 이변을 꼽았다. 강한 엘니뇨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엘리뇨에 따른 기상 이변은 농업뿐 아니라 광업, 전력(수력발전)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경제성장 저해 요인으로도 꼽힌다.

스위스 제네바이 위치한 세계기상기구(WMO) 건물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이 위치한 세계기상기구(WMO) 건물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특히 설탕 가격에 주목한다.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 공급 타격이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브라질에서 원당 생산 악화를 유발한 라니냐(바다 저수온 현상에 따른 기상 악화)는 올 상반기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인도·태국 등 주요 사탕수수 생산국이 엘니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세계 설탕 가격은 올해 들어 매달 상승해 지난달에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탕 가격은 4개월에서 1년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외식비 등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탕수수를 설탕 대신 에탄올 생산에 투입한다는 점도 설탕 생산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엘니뇨가 인도의 쌀과 밀 생산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봤다. 인도의 곡물 생산량을 좌우하는 6~9월 몬순(우기) 강우량을 감소시킬 수 있어서다. 딜립 마발란카르 인도 공중보건연구소 소장은 “엘니뇨가 인도의 몬순을 방해하면 농업에, 결국에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는 세계 쌀 1위, 밀 2위 생산국인데,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면 수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엘니뇨로 식량 안보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며, 극단적인 강우‧가뭄‧더위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수급·가격 안정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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