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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상장 등록제로 거대 기업 유인하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10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장옌그룹. 사진 신화통신

지난 4월 10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장옌그룹. 사진 신화통신

중국 정부가 그동안 엄격하게 통제해 오던 ‘기업공개(IPO)’에 대해 과감한 개혁을 시작했다. 지난 4월 10일 상하이 및 선전 증권거래소에 장옌그룹(江鹽集團), 하이썬제약(海森藥業), 산시에너지(陕西能源) 등 10개 기업이 등록제로 상장되었다.

중국에서 새로 시행되는 ‘주식발행등록제(股票發行登錄制)’란 상장 희망 기업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상 적격 판정만 받으면, 등록 절차에 따라 곧바로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종전 중국의 증시 상장은 엄격한 통제와 심사로 대기 기업의 숫자가 많아 심사 기간만 2~3년 걸리고, 3년간 영업이익 실적이 있어야 가능했다. 이번 조치로 서류 심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영업이익 실적도 1년으로 낮추었다. 주가 변동 폭도 첫 거래일로부터 5일간은 무제한으로 풀었다.

중국의 상장 등록제는 승인제와 비교하면 심사 주체와 심사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기업의 상장융자가 더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증시 상장의 문턱을 크게 낮춘 ‘등록제’ 시행은 미∙중 경제전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과학기술 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낮추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하게 함으로써,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나 홍콩에서 상장을 추진하던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을 대륙 상장으로 선회하게 하는 유인책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中國證券監督委員會)의 이후이만(易會滿) 주석은 “상장 등록제 개혁이 가져올 변화는 정보공개를 핵심으로 한 전방위적이고 근본적인 것으로,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서비스 기능이 대폭 향상되어, 시장 구조와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사기 상장, 재무 조작 및 기타 법률 및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천화핑(陳華平) 선전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상장업무의 등록제가 수행됨에 따라 선전 메인보드는 대형 블루칩의 특성을 더욱 부각해, 사업모델 성숙, 안정적인 경영실적, 비교적 큰 규모, 우량업종 대표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제조업이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경제, 녹색 저탄소 등 과학기술 부문의 자립 자강을 외치는 가운데 과학기술 기업을 위주로 하는 상장등록제는 신흥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와 저성장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포지티브 방식의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연구·개발 및 신사업 투자 등에 힘쓰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 세제 지원,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울리는 법 제도의 제정과 정비가 시급하다.

한국은 최고 60%(OECD 38개국 평균 14.5%)에 달하는 상속세율 때문에, 기업가치를 낮게 유지해야만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창업자들은 기업을 자녀에게 상속하려면 회사를 팔아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실적과 무관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1400만 개미투자자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가 돌아간다.

중국은 통제경제 속에서도 기업활동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나, 우리는 법과 제도에서 개혁적인 조치가 보이지 않고, 기업에 대한 규제는 여전하다. 중국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같은 공산 사회주의 국가도 자본시장을 부양하고, 과학기술 기업의 자본 조달을 돕기 위해 과감한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우리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자본시장은 국가권력의 통제가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정부의 정책이 산업을 흥하게 하거나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입법부의 국회의원이나 정부의 관료들은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우리의 증권시장 자본시장을 개혁하지 않고는 선진국 금융시장으로 평가받기 힘들다.

우리 자본시장에는 IPO 제도의 개선은 물론 불공정과 불투명성과 함께 증권거래세, 투자자 보호, 공매도,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대주주와 기관우대 정책, 내부자 거래, 증권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산적해 있으나, 유관기관은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할 의지도 없고, 언론은 보도조차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위기다.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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